미국의 통화긴축 시계가 빨라졌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해 금리 인상에 돌입하고 있다. 통화기축국인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미친다. 한국은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으로 베이비스텝만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1000조엔에 이르는 국채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해 앞으로도 엔화 약세 압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는 자본 유출 등이 우려되고 있다.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증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유도해 주가 하락을 이끌고 다시 환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달러 투자의 높은 매력에 달러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다.
![]() 한국은행이 추정한 금리 0.25%포인트(25bp) 상승 시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평균 16만4000원 늘어난다. 1.00%포인트 상승 시엔 연이자 부담액이 65만5000원 증가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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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美는 빅스텝, 韓은 베이비스텝… 한국 성장률 '빨간불'
② 실패한 아베노믹스… 엔화 초약세 일본 경제 붕괴 위기
③ 천장 못찾는 환율 어디까지… 안갯속 하반기 증시
④ "오히려 좋아" 치솟는 환율에 개미는 달러 ETF로 몰렸다
⑤ 대출 환상에 빠진 부동산시장, 금리 인상에 '먹구름'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수개월째 감소하던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새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도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 미국의 금리 정상화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경우 국내 투자시장에서의 해외자본 유출이 시작되면 그동안 저금리를 유지하던 한국 금융시장도 버틸 수 없게 된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출 영업을 강화해 우대금리를 늘리며 일시적인 금리 인하 착시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당국의 대출한도 완화로 대출자가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가 대폭 늘어날 경우 가처분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기업 실적과 경기 전체의 침체를 야기할 것이란 경고음이 울린다.
10억원짜리 주택, 8억원 대출해준다? 금융권에 따르면 4월 2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84억원으로 한 달 새 2547억원(0.04%)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이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주담대는 같은 기간 누적 기준 507조1182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72.09%를 차지했고 증가폭은 4008억원(0.08%)에 달했다.
대출 증가세가 이례적인 것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들어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09조529억원에서 올 3월 703조1937억원으로 5조8592억원(0.83%) 줄어드는 등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시그널을 줘서 꺾는 게 급선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이 같은 대출 러시가 일어나는 이유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공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현행 40%에서 80%로 두 배 높였고 일반주택 구매의 경우도 LTV 상한을 지역과 집값에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했다. 만약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때 이전엔 4억원의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론 총 8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 우리은행 주담대(4.32%) 기준으로 원리금 4억원일때 30년(원리금 균등 상환) 간 내야 할 총 대출이자는 3억1430만원이다. 대출금이 8억원인 경우 총 대출이자는 같은 기간 6억2861만원이 된다. 대출 4억원일때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는 198만4186원이며 8억원을 대출받은 경우엔 월 396만8372원으로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금리 0.25%포인트(25bp) 상승 시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평균 16만4000원 늘어난다. 1.00%포인트 상승 시엔 연이자 부담액이 65만5000원 증가한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 1755조8000억원과 변동·고정금리 비중 각각 74.2%, 25.8%를 반영해 산출한 결과다.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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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차기 정부 역시 가계대출 급증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어떻게 조절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거론했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다시 신중한 입장으로 바꿔 대출 증가세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늘리며 일시적인 금리 인하 현상이 나타났지만 글로벌 긴축이 지속됨에 따라 연말 주담대 금리는 최고 7%대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5대 시중은행의 3월 분할상환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3.91~4.32%로, 2월의 연 3.96~4.37% 대비 소폭 낮아졌다.
특히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이 80%에 달해 한계가구 발생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정형-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과 코픽스(은행 자본조달비용을 반영한 금리)가 각각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3월 신규 코픽스는 1.72%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가 완화돼도 금리는 향후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20·30세대가 최근 2~3년처럼 영끌·빚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상승기엔 타인 자본보다 자기자본 비중을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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