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나 잡아 봐~라"… 불러도 대답 없는 택시

[머니S리포트- 택시는 왜 안 잡힐까①] 손 흔들어도, 앱 호출해도 매일 감감무소식

김창성 기자VIEW 39,0872022.07.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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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매일 '택시 대란'을 겪는다. 출·퇴근길은 물론 회식을 끝낸 늦은 귀갓길에도 시민들의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던 옛 시절을 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하는 현재도 택시는 아무리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택시 대란'에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택시를 더 늘리려니 기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과중한 업무에 지친 기존 택시 기사들은 처우가 좋은 새 택시 플랫폼으로 이직해 빈자리가 생긴다. 이들의 빈자리를 일자리가 부족한 고령층이 채우지만 이들은 운전하기 불편한 눈·비 내리는 날엔 영업을 안 하기 일쑤다. 시민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택시가 안 잡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민들은 이유가 분명한 '택시 대란'의 끝을 마주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매일 '택시 대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시민들이 매일 '택시 대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나 잡아 봐~라"… 불러도 대답 없는 택시

②"응답하라 2022 택시"… 그 많던 택시기사는 어디로

③매달 사납금 300만원, 가져가는 돈은 쥐꼬리… 법인택시기사의 한숨

택시 잡기 전쟁이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쌩하고 지나가는 택시가 태반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해도 배차를 거부당하는 건 일상이 돼 버렸다. 시민들은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는 택시를 바라보며 "장거리 승객만 골라서 받는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한다. 국내 최대 택시 플랫폼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는 자사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에만 콜을 몰아줘 시민들의 택시 대란을 부추겼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 위기다. 한숨 나오는 '택시 대란'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3시간 헤매다 겨우 잡은 모범택시
#.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한숨 나오는 경험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회식 자리가 늘며 늦은 시간대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덕분에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카카오T' 앱을 사용하는 일도 많아졌다. 단 한 차례도 택시가 바로 잡히지 않아서다. 가장 최악은 어느 금요일 밤 술자리를 끝내고 나서였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던 정씨는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겨우 모범택시 1대를 잡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는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3시간 동안 광화문·종각·을지로 일대를 걸으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거나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그가 마주했던 '택시 대란'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시민들이 '택시 대란'에 한숨 짓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한 시민이 카카오T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 하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시민들이 '택시 대란'에 한숨 짓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한 시민이 카카오T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 하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정씨처럼 최근들어 시민들이 쉽게 택시를 잡지 못하는 일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늦은 밤 시간대뿐 아니라 출근시간대도 마찬가지. 심지어 낮시간대도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앱 호출은 계속 실패하고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어도 태워주지 않는다.

당하는 시민들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이는 2021년 기준 누적 택시 호출 건수가 22억2000건을 넘기며 국내 최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T 앱 이용자 수치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카카오T에 따르면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지난 4월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기준 카카오T 택시의 하루 평균 호출 건수는 323만건이었다. 이는 전년대비 139% 증가한 수치로 2020년의 같은 기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333%나 폭증했다.

서울시내 카카오T 호출 건수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기간 서울의 카카오T 하루 평균 호출 건수 증가율은 전년대비 216%, 2020년 대비로는 441%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임박할수록 재택근무도 끝나고 일찍 귀가하던 사람들이 다시 예전처럼 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앱 호출을 통한 택시 이용객도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잡아 봐~라"… 불러도 대답 없는 택시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 해제되고 식당 영업시간과 인원제한까지 사라져 늦은 시간에도 술자리가 많아진 탓에 여전히 앱 이용자 수는 증가세지만 정작 택시가 부족하다.

심야 피크시간대로 불리는 밤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 카카오T 호출이 가능한 법인택시 기사는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시기와 비교해 전국 2.9%, 서울 2.2% 감소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초기인 2020년과 비교해 전국은 12.1%, 서울은 14.6% 줄었다.

부르는 택시는 안 잡히고 더 비싼 택시로 유도?
늦은 밤 강남·종로·홍대·여의도 등 서울의 대표 번화가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목적지를 외치며 택시를 잡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큰 소리로 "따블~"을 외치며 어떻게든 귀가를 하려던 모습은 이제 스마트폰 앱 호출로 변화됐지만 여전히 승차에 어려움을 겪는다.

승객의 목적지가 번화가가 아닐 경우 빈차로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장거리이거나 번화가 인근으로 가는 손님만 태우는 기사도 있다.

직장인 김모씨는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인근의 한 치킨집에서 동료와 술을 마신 뒤 밤 9시20분쯤 귀가하려고 카카오T를 이용, 가장 요금이 싼 일반 택시를 불렀지만 계속 배차를 거부당했다. 집까지는 2.5Km 정도 떨어졌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택시를 잡았지만 배차 거부를 당하는 동안 김씨의 카카오T 앱에서 받은 메시지는 요금이 더 비싼 '카카오T 블루를 요청하면 바로 배차가 된다'와 역시 요금이 더 비싼 '모범(블랙)택시를 요청하면 바로 배차가 된다'는 메시지였다.

김씨는 이 같은 메시지에 '최근 불거졌던 카카오T의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이 이거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 김모씨가 최근 카카오T로 일반택시를 호출하자 호출이 거부되고 요금이 더 비싼 카카오T 블랙 택시의 호출을 권하는 메시지가 뜬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직장인 김모씨가 최근 카카오T로 일반택시를 호출하자 호출이 거부되고 요금이 더 비싼 카카오T 블랙 택시의 호출을 권하는 메시지가 뜬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공정위는 카카오T가 가맹 택시에 콜(승객 호출)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지난 4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카카오T에 발송했다.

의혹이 사실이면 앱 호출 이용자의 근처에 일반 택시가 있어도 배차가 안된다. 카카오T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한다. 공정위에 소명 절차를 끝내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T 관계자는 "시민들이 겪는 택시 대란은 기본적으로 택시 기사수 부족에 따른 현상"이라며 "앱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카카오T 플랫폼에 택시 대란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심야 택시 호출에 어려움을 겪자 귀가를 포기한 채 인근 숙박업소로 향하는 취객도 증가했다. 심야에 택시를 못 잡은 취객이 퀵보드·따릉이 등으로 귀가하는 경우도 있어 사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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