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CEO초대석] 류호준 트랜스베버리지 대표 "라이벌은 넷플릭스"

위스키 열풍 이끌어 대중화로… "즐거움을 주는 문화 공유"

연희진 기자VIEW 12,2622022.07.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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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준 트랜스베버리지 대표는 국내 수입주류업체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사진제공=트랜스베버리지
류호준 트랜스베버리지 대표는 국내 수입주류업체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사진제공=트랜스베버리지
"물은 우리 사이를 갈라놓지만 술은 우리 사이를 연결시켜준다."

류호준 트랜스베버리지 대표(55·사진)는 독일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을 인용하며 술의 매력에 대해 운을 뗐다. 류 대표는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술에는 '낭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술은 음식의 일부이고 음식은 사람의 생활을 구성하는 아주 큰 요소"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출범한 트랜스베버리지는 프리미엄 주류 제품에 대한 소비자와 고객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고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탈리아 캄파리그룹의 합작투자법인인 트랜스베버리지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주류 브랜드를 들으면 애주가들은 바로 알아본다. 엑스레이티드, 캄파리 등 프리미엄 주류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싱글 몰트 위스키인 와일드 터키, 글렌그란트 등을 국내에 선보이며 위스키의 매력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중이다.

와일드 터키는 미국의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다. 8년산은 '버번 입문 3대장'으로 불린다. 버번 애호가와 위스키 수집가들에게 희귀한 제품으로 인식된다. 글렌그란트는 스코틀랜드 대표 싱글 몰트 위스키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싱글 몰트 위스키로 유명하다. 글렌그란트 15년산은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지난해 '최고의 스카치 위스키'로 선정했다.

MZ세대가 불 지핀 '위스키 붐'


트랜스베버리지가 선보이는 수입주류들./사진제공=트랜스베버리지
트랜스베버리지가 선보이는 수입주류들./사진제공=트랜스베버리지
위스키 전성시대가 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저가형 위스키부터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좋은 고급·한정판 위스키까지 다양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4만달러(약 2295억원)로 전년 대비 32.3% 증가했다.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반등했다. 위스키 수요 급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술' 문화 확산으로 고급 주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

류 대표는 여러 요소가 국내 위스키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의견이다. 홈술 트렌드는 물론 주류를 소비하는 인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위스키는 '아재 술'에서 '마시고 싶은 술'이 됐다.

과거 위스키는 '접대용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여전히 그런 인식이 지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 사이에서 위스키의 이미지는 '경험하고 싶은 고급 술'이다. 한정판 위스키의 경우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스키 중에서도 유독 싱글 몰트 위스키와 버번 위스키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류 대표는 주류 문화의 성숙이 그 답이라고 본다. 그는 "단순히 회식이나 모임을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버번 위스키가 선택받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한 곳의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몰트(맥아)를 이용해 만든 위스키다.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섞어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생산량이 적고 만들기가 까다로워 비싼 편이다. 하지만 희소성과 개성이 부각되며 MZ세대를 사로잡았다는 설명이다.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를 51% 이상 사용해 80도 이하로 증류한 뒤 화이트 오크의 안쪽을 불로 그을려 만든 술통에 숙성시켜 만든다. 거칠고 묵직한 맛, 싱글 몰트에 비해 저렴한 가격 등이 인기 요인이다.

류 대표에 따르면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한정판'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 지난 6월 한국 시장에 한정 출시된 '와일드터키 프라이빗 배럴'은 선보인 지 일주일이 되지 않아 동났다. 스몰 배치 버번의 새로운 기준으로 불리는 러셀 리저브의 10년 싱글 배럴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즐거운 문화를 판다"… 위스키 대중화는 이제 시작


류호준 트랜스베버리지 대표 약력./그래픽=김영찬 기자
류호준 트랜스베버리지 대표 약력./그래픽=김영찬 기자
"우리의 경쟁 상대는 넷플릭스입니다."

류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주류회사의 라이벌로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랜스베버리지는 단순히 술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문화를 파는 기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류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에 가깝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맡았다. 이후 디아지오 마케팅 부장, 수석무역 마케팅 상무 등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주류업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마케팅에서 경력을 쌓으며 느낀 것은 소비는 문화 속에 있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만드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항상 겸손하게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류 대표는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홈텐딩'(홈+바텐딩)이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홈술 및 혼술 문화가 확산되며 주류 트렌드는 '믹솔로지'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는 "음식과 함께 곁들여 마시는 하이볼을 비롯해 집에서도 클래식 칵테일을 즐기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며 "레시피는 가이드라인일 뿐 소비자들이 칵테일을 만들고 공유하는 문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은 캄파리 홈텐딩 키트./사진제공=트랜스베버리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은 캄파리 홈텐딩 키트./사진제공=트랜스베버리지
이에 맞춰 그는 지난해 '캄파리 홈텐딩 키트'를 선보였다. 이탈리안 리큐르 캄파리, 버번 위스키 와일드 터키 8년, 프리미엄 진 불독, 칵테일에 사용되는 버무스 친자노 로소 등에 믹싱 글라스, 셰이커 등으로 구성됐다. 초보자도 직접 칵테일을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까지 추가했다. 이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완판됐다.

류 대표가 이끄는 트랜스베버리지의 강점은 다양한 프리미엄 주류 포트폴리오다. 트랜스베버리지는 20여개의 우수 브랜드를 선보이며 소비의 다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4년 이내에 '톱3' 수입주류업체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위스키 시장의 한국에서의 성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의 특별한 제품이 인기를 얻으며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그 속에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트랜스베버리지가 노력하겠습니다."

◆류호준 대표가 제안하는 하이볼 레시피

버번 위스키를 맛보고 싶다면

와일드 터키 81 30㎖ + 진저 에일 90㎖ + 라임 가니쉬

싱글 몰트 위스키를 경험하고 싶다면

글렌그란트 아보랄리스 30㎖ + 소다워터 90㎖ + 레몬 가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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