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고객을 잡기 위해 특별한 변신에 한창이다. 기존 보수적인 느낌에서 탈피하기 위해 젊은층에게 친근한 아이돌,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건 물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자체 캐릭터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 수억 원을 들여 지하철역에 이름을 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치열한 '구애 작전'이 시작됐다.
![]() 에스파와 함께한 '리브 Next' 두 번째 광고 영상/사진=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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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스파가 왜 거기서 나와" 국민·우리·농협·하나, 아이돌 대전
② "우리도 라이언이 있다" 신한·KB스타·NH올원 프렌즈 출격
③ "이번 역은 ○○역입니다" 지하철 역명도 쇼핑하는 금융권
"내가 어떻게 소비하는지 궁금해? 난 똑똑한 소비, 엄카(엄마카드) 대신 내카(내카드) 써"
화려한 쇼룸에서 신나게 춤을 추면서 쇼핑하는 여성들. 앳된 얼굴의 10대 걸그룹 '에스파'의 손에 들린 카드 한 장이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이 Z세대를 겨냥해 출시한 청소년(만 14~18세) 전용 '리브 NEXT(넥스트)체크카드'다. 이 카드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편의점과 커피전문점부터 앱스토어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엄카'로 불리던 청소년 카드는 당당한 소비를 하는 젊은층의 결제 수단으로 떠올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체크카드 승인액은 49조659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보다 15.7% 늘어난 금액이다.
금융권은 이른바 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을 잡기 위해 진중하고 보수적인 느낌을 벗고 젊고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아이돌 가수나 젊은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가 대세를 이룬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 및 보험 서비스' 광고 경기 전망지수(KAI)는 110으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올랐다.
KAI는 통계청 국가 승인통계로 국내 570여개 광고주에게 다음 달 광고 지출 증감 여부를 물어 응답 값을 지수화한 수치다. 해당 업종 광고주 중 광고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 응답한 사업체가 많을수록 100을 넘고 반대면 100 미만이다.
아이유 효과, MAU 50만명 증가 금융권의 아이돌 광고 효과는 뚜렷하다. 우리은행이 아이유를 모델로 발탁한 후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우리원뱅킹'의 지난 6월 월간 이용자 수(MAU)가 632만명으로 한 달 전보다 50만명 가까이 늘었다. 아이유의 그룹 PR 캠페인 영상은 누적 조회수 2000만회를 돌파했다.
![]() 아이유와 함께한 우리금융 광고/사진=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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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국민은행은 걸그룹 에스파를 새 모델로 발탁해 광고를 시작했다. 국민은행이 '에스파'의 세계관을 빌려 제작한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는 공개 한 달여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민은행은 2018년 방탄소년단(BTS) 등을 모델로 기용해 홍보 효과를 누린 바 있다.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내세운 적금도 출시한 지 석 달 만에 12만좌가 판매되며 큰 인기를 거뒀다.
해당 적금에 가입하면 방탄소년단의 이미지가 담긴 통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이들의 데뷔 일과 멤버의 생일에 적금을 납입할 경우 0.1%포인트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팬심을 흔들었다. 국민은행은 적금의 인기가 높아지자 판매 기간을 두차례 연장했다.
과거 국민은행은 가수 이승기와 9년, 피겨선수 김연아와 13년 간 모델 계약을 이어오며 성공적인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는 배우 공유가 KB스타뱅킹의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 김유정과 함께한 하나은행 광고/사진=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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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관계자는 "배우 김유정이 가진 MZ세대 특유의 상큼하고 발랄함과 맑고 깨끗함, 건강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가치와 잘 부합해 새로운 광고모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머 이미주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홍보모델로 위촉했다. 미주는 놀면뭐하니?, 런웨이2, 식스센스2, 개미는 오늘도 뚠뚠 챕터5 등 각종 예능 출연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열 모델 안 부러운 가상인간 '로지' MZ세대를 겨냥한 금융권의 참신한 광고는 가상인간을 발탁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신한라이프가 광고모델 계약을 맺는 가상인간 로지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을 모아 탄생한 22세의 인플루언서다.
![]() 가상인간 로지와 함께한 신한라이프 광고/사진=신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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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광고효과는 보험상품 판매에서 입증됐다. MZ세대 전용 보험상품인 '로지 종신보험'은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1000건 이상 팔리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을 위한 아빠의 보험'으로 여겨졌던 종신보험의 인식을 뒤집었다는 평가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와 30대 가입률은 각각 56.8%, 85.1%를 기록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3년에 20대 가입률은 85.2%, 30대는 90.4%였지만 8년 만에 각각 28.4%포인트, 5.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종신보험의 가치를 다르게 해석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젊은층의 종신보험 가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로지 종신보험은 세대 불문하고 인기를 얻는 새로운 보험으로 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원어민'으로 자란 젊은층에게 가상인간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판타지 인물이 아닌 일상 속 친근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가상인물이 쓰는 화장품과 가구, 금융상품 등은 젊은층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2016년 미국에서 탄생한 릴 미켈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방탄소년단 등과 함께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의 CG전문회사 모델링 카페는 이마(Imma)는 스위스 가구업체 이케아와 모델계약을 맺고 7000만엔(약 6억7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이마가 요가하며 청소하는 모습에 가구 판매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국내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의 인공지능(AI) 은행원이 활약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인간은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데다 실제 인간과 달리 시공간 제약 없이 동시다발적 활동이 가능해 마케팅 효과가 크다"며 "젊은 층을 겨냥한 가상인간 광고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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