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일 e심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스마트폰 한 대에서 두 개의 번호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e심은 유심(USIM)과 달리 물리적 삽입이나 교체가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만으로 개통이 가능하다. e심이 본격 도입되자 통신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극대화됐다. 일상과 업무의 분리가 가능해졌고 통신비 절감에도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e심 상용화를 두고 통신사와 소비자들의 표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통신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봤다.
![]() /그래픽=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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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 상용화… 한결 수월해진 업무와 일상의 분리
![]() 정부가 e심 상용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신 3사도 이에 발맞춰 관련 요금제를 선보였다. 사진은 e심 서비스가 가능한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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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직장에서 사용하는 번호와 개인 번호를 나누고 싶어 스마트폰 두 대를 개통하기도 했다. 늘 두 개의 휴대폰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제는 e심 서비스로 단말기 비용도 절감하고 일상에서의 불편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e심은 말 그대로 내장된(embeded) 심이다. 과거엔 유심을 개통하기 위해선 배송을 받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했지만 e심은 물리적인 칩 형태가 아닌 만큼 e심 가입 통신사에서 홈페이지·문자·메일 등을 통해 QR코드를 발급받은 뒤 다운로드할 수 있다. 매장을 찾지 않아도 번호 이동, 가입, 해지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e심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라고 할 순 없다"며 "휴대폰 내에 내장돼있는 바구니와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 스스로 프로그램을 그 바구니에 집어넣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기존 투넘버와 다른 e심… 차이점은?
![]() e심은 기존 통신 3사의 '투넘버' 서비스와 유사해보이지만 다른 점이 많다. 사진은 한 고객이 지난 8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플라자 광화문역점에서 e심이 내장된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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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 회선은 유심 회선처럼 이용자 명의로 새로 개통하는 만큼 본인 인증이 가능하지만 투넘버 서비스는 가상 번호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번호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없다. 투넘버 가상번호로 연락하려면 번호 앞에 *281(SK텔레콤), *77(KT), *77#(LG유플러스) 등 복잡한 숫자를 먼저 입력해야 하는 탓에 사용하기 불편하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다. 매번 번호를 누르기 번거로울 뿐 아니라 번호 입력을 깜빡하면 애써 감춰온 기존 번호까지 공개될 수 있다. 반면 e심은 자신이 원하는 회선을 지정하고 평소 전화를 걸 때와 똑같이 번호를 누르면 된다.
e심 서비스는 가입 시 기존 통신사와 다른 업체를 선택할 수도 있다. 투넘버 서비스는 통신사 부가서비스인 만큼 한 통신사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e심은 각각 다른 통신사나 알뜰폰으로 가입할 수 있다.
'듀얼카톡' 안 되는 아이폰… 삼성전자 단말기 확대가 관건
![]() 한 시민이 지난 8월11일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서 '갤럭시Z플립4'를 자신의 휴대폰과 비교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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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폰 이용자는 e심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아이폰 운영체제(iOS)에서는 한 번호의 프로필만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두 개의 계정으로 각각 사용하는 '듀얼 메신저' 기능이 부재한 탓이다.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메신저를 넘어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만큼 아이폰 모델에 듀얼 메신저 기능이 없다면 아이폰 이용자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다행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폴드4는 듀얼 메신저로 유심과 e심 각각 2개의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갤럭시Z폴드4·Z플립4 이외엔 e심이 내장돼 있지 않아,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70%인 삼성전자가 e심 단말기를 확대해야 e심의 대중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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