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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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우려를 깨고 포스코가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제철소를 살려야 한다는 목표 하나로 전 직원이 뭉쳐 힘을 모았다. 포항제철소에서 만난 허춘열 압연부소장은 직원 한명 한명이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3일 방문한 포항제철소 3고로에선 펄펄 끓는 쇳물이 시선을 압도했다. 1500도에 육박하는 고온에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후끈 느껴졌다.
포스코는 배테랑 직원들의 숙련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로를 지켜낼 수 있었다. 태풍 상륙 당시 고로를 통제하는 운전실에선 조업화면에 비상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고 모든 펌프류가 정지됐다는 창이 깜빡거렸다.
운전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하준우 사원은 "입사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당황했지만 선배들이 노련하게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며 "비상 상황에서도 침착한 선배들의 모습에 경외심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제철소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고로를 살리기 위해 말단 사원부터 현업에서 물러난 기술자들까지 동참했다. 제선부 직원들은 물론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PT.KP)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퇴직자들이 모여 재송풍 조업계획을 세웠다. 덕분에 고로 내부 열을 최대한 유지해 쇳물이 굳는 냉입을 막고 4일 만에 고로를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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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연공장은 태풍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하부터 차오른 물은 지상까지 올라와 공장 내 모든 설비를 망가트렸다. 밀려든 토사로 인해 배수 후에도 손으로 일일이 뻘을 치워야 했다. 어느 정도 토사를 제거한 후에는 설비를 해체하고 세척에 몰두했다.
포스코는 당초 공장 설비 구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모터 등 핵심 설비를 신규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제작과 설치에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능한 한 직접 복구하기로 했다.
EIC기술부의 손병락 명장은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 작업에 50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47대의 모터 중 33대를 자체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손병락 명장은 "국내외 설비 제작사 인맥을 총동원해 문의해보니 (복구에)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 "170톤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를 수리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생각했지만 건전한 실패를 용인해주는 경영진과 함께 걸어줄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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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진행 중인 2열연공장에서 근무하는 최운영 대리는 "현재도 많은 분들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복구에 힘쓰고 있다"며 "동료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로 2열연공장이 재가동되면 서로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스러움으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철소 침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포스코 직원들은 세대 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허춘열 압연부소장은 "사고 이전까지 내부적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기존 직원이 융화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후배들이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믿고 따라와 준 덕분에 오히려 선후배 관계가 끈끈해졌다"며 "복구 작업을 통해 직원들이 포스코의 우수한 기술력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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