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성과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부 대기업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덮쳤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에선 부서별로 성과급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며 노노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일부 대기업의 과도한 성과급이 중소기업과의 임금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급기야 정치권에선 일부 기업들의 성과급에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성과급 이슈를 짚어봤다.
![]()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해 논란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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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같은 회사 맞나요?"… 부서에 따라 '극과 극' 성과급에 불만 터졌다
②"대감집 머슴 부럽네"… 성과급도 양극화, 중소기업 한숨
③물가 급등에 허리 휘는 서민들… 성과급으로 돈 잔치하는 기업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 일부 기업들의 성과급 잔치가 논란이다. 물가 급등으로 허리띠를 조여 매는 서민들과 대비돼 사회적 박탈감마저 일으킨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권 성과급을 '돈 잔치'라고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치권에선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말 그대로 '돈방석'… 월급의 수백 퍼센트 성과급
![]()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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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업계 직원들에게도 월급의 몇 배에 달하는 성과급이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월 기본급의 868%(평균)를 성과급으로 줬다. 전년(월 기본급의 450%) 대비 400%포인트 이상 늘어난 규모다. 성과급은 부서별 성과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그에 맞춰 차등 지급됐다. 삼성SDI는 배터리를 다루는 에너지솔루션 사업부의 경우 연봉의 28~30%, 전자재료 사업부는 37~39%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반도체업계는 실적이 꺾였음에도 성과급 지급을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OPI로 지급했다. OPI가 규정하는 최대한도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었으나 연초 세운 실적 목표는 넘어선 영향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02조2300억원에 영업이익 43조38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1% 늘었고 영업이익은 16.0%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연간 실적 기반 인센티브인 초과이익분배금(PS)을 연봉의 41% 수준으로 정했다. 실적 악화에도 인재 확보를 위해 PS를 지급한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8094억원으로 전년(12조4103억원)보다 45.1% 급감했다.
주요 기업들의 성과급 규모는 ▲삼성디스플레이·삼성물산 상사 부문(연봉의 최대 50%) ▲삼성바이오로직스(연봉의 40~50%) ▲현대자동차(연말 성과급 2000만원 상당+특별성과급 400만원+회사 주식 10주) ▲기아(연말 성과급 2000만원 상당+특별성과급 400만원+회사 주식 24주) ▲LG전자(월 기본급의 최대 550%) ▲LG화학(월 기본급 최대 735%) ▲LG이노텍(월 기본급의 최대 705%) ▲E1(월 기본급의 1500%) ▲CJ올리브영(연봉의 최대 160%) 등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성과급은 경영 성과를 기반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개인 역량에 따라 받는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비판 의견은 그리 바람직하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민 허리 휘는데 성과급 잔치… 은행권·정유업계 비판 '직격탄'
![]()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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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높은 실적엔 대출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을 확대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KB국민은행 9조2910억원 ▲신한은행 8조2052억원 ▲하나은행 7조6087억원 ▲우리은행 7조4177억원 ▲NH농협은행 6조9383억원 등에 달했다. 은행들이 이자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자 윤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크다"고 지적하며 국민 위화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적절한 대책을 주문했다.
고유가로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정유업계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최승재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됐다"며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영세 주유소와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정유사들이)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한다"며 "부담금 등을 통해 국민 고통을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야당 중심으로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과급 논란이 커지자 주요 정유사들은 일제히 사회공헌 활동을 벌였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150억원을 기부했다. GS칼텍스는 101억원, 현대오일뱅크와 S-OIL은 100억원과 10억원을 지원했다.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게 표면적 이유였지만 재계는 성과급으로 인해 촉발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급히 지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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