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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 폭 23년만에 역대 최대?… 연준, 내일 새벽 금리 발표

박슬기 기자VIEW 13,2462023.03.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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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일(23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짓는 가운데 최근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중에서도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너처은행, 실버게이트 은행 등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금융시스템 불안이 가중되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워온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시스템 안정 등 어디에 우선순위를 놓을지를 둘러싸고 세계 금융시장은 연준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3시 올해 두번째 FOMC 회의를 마친 이후 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와 함께 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초 미국 고용 시장은 여전히 탄탄한 것으로 나오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종금리 수준을 이전보다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력하게 나왔으며 이는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최종금리 전망치를 5.00~5.25%로 올린 바 있다.

특히 파월 의장은 "데이터 전체가 더 빠른 긴축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달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이 잇따라 무너지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마저 위기설이 도는 등 미국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준을 포함한 미 당국은 SVB 파산이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맡긴 돈을 보험 보증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한다며 서둘러 발표했다.

이에 시장에선 연준이 베이비스텝(금리 0.15%포인트 인상)에 나서거나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반반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미 CNBC 방송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2%는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의 베이비스텝이 유력시되지만 미국 중소은행이 위기에 직면했고 파산 위험이 커지면 연준은 우선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미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FOMC가 이번 주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이 SVB에 유동성을 지원한 지 일주일여만에 금리를 올린다면 금융시장 안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판단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해도 오는 5월, 6월, 7월 잇따라 금리를 0.25%포인트 지속해서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최고경제 고문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면 스태그플레이션(침체+고물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굳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경고다.

엘-에리언은 연준이 베이비스텝에 나서도 금융 안정성을 모색할 방안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3시6분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확률은 89.3%로 동결 확률(10.7%)보다 훨씬 우세했다.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미 기준금리는 4.75~5.00%로 올라선다. 한국 기준금리(3.50%)보다 1.50%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던 때는 2000년 5~10월로 금리 격차가 1.50%포인트였다. 약 23년 만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가 또다시 역대 최대로 벌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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