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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63빌딩보다 큰 배도 문제 없다…'K-조선 심장' 현대重 울산조선소

울산=최유빈 기자VIEW 7,5272023.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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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

지난 22일 방문한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이와 글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당 글귀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어록으로 조선소 곳곳에 적혀 있었는데 덕분에 그의 정신을 현장 어디서나 느낄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총 2272척을 건조하며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엔 울산 조선소와 2만9200명(협력사 포함)에 달하는 직원들이 있다. 울산 조선소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192만평(635만㎡) 부지를 갖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조선소로 꼽힌다.

현재는 고부가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 수주잔고는 155척으로 그중 53척이 LNG운반선이다. 17만4000㎥급 LNG운반선의 선가는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운반선. /사진=HD현대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운반선. /사진=HD현대
끝없는 선박 블록을 지나 도착한 조선소 끝에는 건조 중인 17만4000㎥급 LNG운반선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선박의 길이는 299m로 63빌딩(264m)보다 더 길고, 높이는 아파트 14층 높이에 해당하는 35.5m에 달한다. 선박에는 약 2만2000마력 이중연료(DF)엔진 2기가 탑재되는데 엔진 길이는 18미터, 높이는 16미터에 육박해 3층짜리 빌라와 맞먹는 크기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배는 기성품이 아닌 주문 제작(Order Made) 방식으로 약 6개월의 설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날 오른 선박은 2020년 12월 작업을 시작해 6개월의 설계 과정을 거친 뒤 2021년 6월 첫 공정인 스틸 커팅(철판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공정진행률은 87%로 오는 6월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운반선. /사진=HD현대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운반선. /사진=HD현대
현장을 안내한 이만수 부장은 현대중공업의 높은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설계부터 인도까지 공정 전반을 관리하는 그는 설계 분야에서만 3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이만수 부장은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은 2272척에 달하는데 대양에 떠 있는 배 중에 큰 배의 20~30%는 현대가 만든 배라고 보면 된다"며 "세계적으로 품질이 가장 좋고 많은 배를 만드는 회사가 현대중공업이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해외 선주사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단연 기술력이다. 대형 선박의 경우 하루 연료비 1억원 정도 소요되는데 현대중공업은 연료비를 10-15% 절감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기술을 적용했다.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사진=HD현대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사진=HD현대
현대중공업은 LNG운반선에 공기윤활시스템(ALS)과 샤프트 제너레이터를 장착했다. ALS는 선박 바닥 표면에 공기 방울을 주입해 선체의 마찰력을 줄여 연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또 자체 개발한 샤프트 제너레이터는 프로펠러를 돌리며 발생한 전력을 활용하는 기술로 선박에 적용 시 약 800킬로와트(kW)급 발전기 1대 용량의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선박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이동한 미포만에선 제철소에서 실어온 철판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은 마그네틱 크레인으로 철판을 들어올려 녹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방청페인트를 칠한 후 선각공장으로 옮겨 블록 형태로 가공한다.

조선소에서 초대형 선박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골리앗 크레인이다. 힘이 세서 붙여진 이름인 골리앗 크레인은 블록, 프로펠러, 엔진 등을 쉴새 없이 나르고 있었다. 골리앗 크레인이 한번에 들 수 있는 최대 중량은 1290톤이며 높이는 아파트 36층에 해당하는 109m다. 현대중공업은 10개의 골리앗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그넷 크레인, 지프 크레인 등 다양한 크레인을 모두 합치면 1610대의 크레인을 운영 중이다.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 /사진=HD현대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 /사진=HD현대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울산 조선서도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이라는 문제를 품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영으로 많이 채용하려고 한다"며 "올해도 200~300명쯤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고 앞으로 조선업에서 실질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역할은 우리 내국인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력사 생태계 붕괴 우려에 대해선 "절대 안 무너진다"며 "안 무너지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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