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교통 장관과 만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옛 소련의 핵무기를 이어받은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러시아는 미국보다 549개 많은 5977개 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핵탄두 보유국 순위는 중국 350개, 프랑스 290개, 영국 225개 순이다.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가운데 1588개는 전략 배치됐고 2889개는 비축돼있다. 나머지 1500개는 오래돼 회수됐지만 여전히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핵과학자협회(BAS)에 따르면 전략 배치된 탄두 중 812개는 육상탄도미사일, 576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0개는 중폭격기 기지에 배치됐다. 미국은 총 1644개 핵탄두를 전략 배치했다.
다만 핵탄두는 미사일, 잠수함, 폭격기 등 어떤 수단을 이용해 운반되느냐가 관건이다. BAS는 러시아가 최대 1185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00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밖에도 러시아는 핵탄두 800개 탑재가 가능한 핵잠수함 10척과 핵폭격기 60~70기를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핵 발언'를 주시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규모의 핵무기 사용 최종 결정권자기 때문이다. 러시아 핵독트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략·비전략핵 사용의 최종 결정권자로 만약 러시아가 핵 공격을 받고 있다고 판단되면 핵 코드를 보유한 일반 참모 사령부와 예비 사령부로 직접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체게트'(Cheget)라 불리는 핵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체게트는 옛 소련시절부터 군 통수권자가 모든 일정에 가지고 다녔으며 내부에는 핵탄두가 탑재된 미사일을 원격 발사할 수 있는 버튼과 핵공격 암호 등이 들어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체게티를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개전 이래 러시아 최대 동맹국으로 군림하는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7월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한다는 계획으로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가 국제 비핵화 조약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오래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핵무기를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국외 배치가 실현될 경우 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 만이 된다. 앞서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에 핵무기가 배치됐으나 이듬해 각국은 러시아로 핵탄두를 옮기는 데 합의함에 따라 1996년 이전이 완료됐다. 이를 두고 니콜라이 소콜 비엔나 군축·비확산센터(VCDNP)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그간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 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겼었는데 이번 조치는 매우 중대한 움직임이자 커다란 변화"라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외에도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 국경이 맞닿아 있다.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의 미사일이 자칫 이들 국가에 떨어질 경우 러시아와 서방간 3차 대전 발발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러시아는 개전 이래 벨라루스에 자국 병력을 주둔하고 지난 1월 양국 합동 군사 훈련을 강화하며 확전 위협을 거듭해왔다. 한스 크리스텐슨 FAS 국장은 이 훈련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노림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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