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한국의 임상시험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전 세계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건수를 기준으로 점유율 5위를 달성했다. 한 해 전(6위)보다 한 계단 올라선 순위다. 특히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 진행을 위해 한국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실력 좋은 의료진과 임상시험 인프라가 잘 조성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임상시험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는 여전히 저조하다. 잘 차려진 밥상에 해외 기업들만 배불려 준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한국의 임상시험의 현 주소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국가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 한국서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지원계획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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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임상시험… 서울로 몰리는 글로벌 제약기업들
②임상시험 수치는 글로벌 '톱'… 정작 글로벌 신약은 '0'
③글로벌 신약 2개·임상 점유율 3위… 종근당·대웅제약 '주도'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한국을 주목하는 것에 비해 시장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2805만달러(1342조원)으로 이 중 한국 시장 규모는 25조3932억원으로 1.9%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4월14일 발표한 '2022년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정보 제공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등록한 한국 내 임상시험 수는 595건으로 전체 7963건의 7.5% 수준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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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를 통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할 의지를 밝혔다. 지난 4월24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순방길에 동행한 경제사절단 122명 중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대표만 21명을 포함시키는 등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24일 제3차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심의·의결해 2027년까지 로드맵을 제시했다.
여기엔 제약·바이오 산업 글로벌 6대 강국 진입 목표로 글로벌 시장에서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2027년까지 2개, 2030년까지 3개 창출한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이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글로벌 50위권 안에 들 수 있는 연 매출 3조원 이상 올리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3곳, 2030년까지 5곳을 각각 육성한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등록 건수 기준 국가별 순위를 2022년 5위에서 2027년 3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하는 등 임상시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만만치 않은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의 마중물로 활용하기 위해 2025년 민관 합동 K-바이오·백신펀드를 1조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다.
![]() 2022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은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곳은 종근당(왼쪽)으로 17건을 승인받았다. 뒤를 이어 대웅제야기 16건을 승인받았다. 두 곳 모두 국산 신약을 각각 2개씩 개발했을 정도로 신약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 번째 국산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사진=종근당, 대웅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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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은 세 번째 국산 신약 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 3월 국산 8호 신약인 난소암·소세포폐암 치료제 캄토벨을, 2014년 2월 20호 신약인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를 각각 출시했다. 10년 만에 자체 개발 신약을 하나씩 출시한 만큼 2024년에도 신약을 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종근당이 현재 진행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 현황을 보면 연내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고 내년 출시할 만한 물질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종근당은 2018년부터 5년 연속 식약처에서 가장 많이 IND 승인을 받았을 정도로 의약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종근당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보유 중인 신약 후보물질은 87개에 이른다. 연구개발(R&D) 투자비용도 ▲2020년 1497억원 ▲2021년 1635억원 ▲2022년 1814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려 연 매출의 11~12%를 투입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년 연속 식약처로부터 자체 개발 신약의 품목허가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식약처로부터 2021년 12월 국산 34호 신약으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에, 2022년 11월 국산 36호 신약으로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에 각각 품목허가를 받았다. 신약은 아니지만 2014년 국내 출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경우 2019년 5월 미국에 출시한 이후 글로벌 매출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대웅제약 홈페이지에 등록된 신약 후보물질 30여종뿐 아니라 펙수클루·엔블로·나보타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기존 적응증을 확장하고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속 검증하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대웅제약은 지난 3월14일 자사주 43만7062주를 지주사 대웅에 매각해 5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대웅제약은 연간 연구개발비는 ▲2020년 1445억원(매출 대비 비중 15.3%) ▲2021년 1759억원(16.7%) ▲2022년 2014억원(17.3%) 등으로 연 매출 대비 투자 규모도 계속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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