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 대형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28일 이태원에선 좀처럼 핼러윈 분위기를 찾기 힘들었다. 수많은 인파보다는 분주히 움직이는 경찰·구청 직원과 추모객이 더 눈에 띄었다. 사진은 이날 저녁 한산한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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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토요일, 파키스탄에서 온 30대 하디스씨는 한산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를 거닐며 이렇게 말했다. 하디스씨는 핼러윈 파티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고 밝혔다.
1년 전 이곳에서 벌어진 참사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자세히는 모른다"며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기분이 이상하지만 두렵진 않다"며 "보다시피 많은 경찰과 안전장치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시간 뒤 이태원 모 카페에서 다시 만난 하디스씨는 "생각보다 차분한 느낌"이라며 "이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한 후 갈 곳 잃은 발걸음을 옮겼다.
이태원은 '한국 속 외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한데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핼러윈 기간에는 축제의 중심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올 핼러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줄지어 늘어선 술집에는 빈자리가 많았고 그 흔한 '핼러윈 코스프레'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현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더 눈에 띄었다.
오후 5시가 되자 경찰은 일제히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질서유지 안전펜스를 200m가량 설치했다. 골목 곳곳에는 형광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구청 직원이 배치돼 행인의 이동을 도왔다. 별다른 인파가 없었음에도 메뉴얼에 따라 안전 사고 대비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현장에 나온 경찰관에게 통제 계획 등을 물었지만 함부로 답하기 어렵다며 말하기를 꺼렸다.
핼러윈에도 웃지 못하는 이태원 상인들… "매출 반토막"
![]() 1년이 지났지만 이태원 상인들은 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사진은 이태원 중심도로에 늘어선 공실 건물. /사진=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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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3년째 복권방을 운영하는 임모씨(50대)는 1년 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모씨는 "평소 퇴근할 때 저쪽(세계음식문화거리 방향)으로 간다"며 "나도 사고 현장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좀처럼 움직이기가 어려웠고 마치 물살에 떠밀려 이동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잊고 싶지만 좀처럼 잊기 힘든 괴로운 기억이다"고 덧붙였다.
사고 후유증은 정신적인 측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임씨는 "이곳 상인들과 자주 대화를 하는데 다들 힘들다고 말한다"며 "사고 이후 이태원을 찾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주춤했던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는데 사고(이태원 참사) 탓에 완전히 죽었다"고 전했다.
그는 "보다시피 비어있는 건물도 많고 여기 복권방만 해도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며 "핼러윈 기간인 요즘에야 그나마 사람이 조금씩 오지만 예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문득 생각나 이곳에"… 해밀톤호텔 골목, 추모 발길 이어져
![]() 지난 28일 핼러윈 기간인 데다 토요일이었음에도 이태원에는 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보다 추모객의 발길이 더 잦았다. 사진은 해밀톤호텔 골목 '추모의 벽'을 찾아 추모하는 시민들. /사진=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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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여·20대)는 이날 일부러 시간을 내 이태원에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내일이 이태원 1주기"라며 "문득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 생각이 나서 이곳에 와봤다"고 말했다. 그는 별다른 일정 없이 '추모의 벽'과 세계음식문화거리 등을 돌아보고 귀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여전히 핼러윈을 즐기러 온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꼭 핼러윈이 아니라 다른 행사에도 이런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핼러윈을 즐기러 온 사람을 비난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핼러윈 기간에 이태원이 붐볐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아닌 사고 이후 문제점은 잘 보완됐는지, 경찰·구청 등 관계기관의 충분한 반성이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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