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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망'도 '도약'도 없는 청년적금… 정책 디테일이 아쉽다

강한빛 기자VIEW 3,0222023.10.3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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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망'도 '도약'도 없는 청년적금… 정책 디테일이 아쉽다
"해지사유를 조사하겠습니다" 지난 24일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청년희망적금' 해지율이 24.2%이라는 민병덕(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의원의 질의에 따른 것이다.

이 원장의 답을 들으며 맘이 복잡해졌다. 그럴싸한 해지사유가 있을까 싶어서다. 대개는 저축이 부담돼 혹은 급하게 돈이 필요해 중도 해지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 9%의 금리 혜택에 정부 예산으로 저축장려금까지 얹어 준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지금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게 24.2% 청년들에게는 더 중요했을 수 있다. 이유야 뭐가 됐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다.

올 6월 나온 윤석열 정부표 '청년도약계좌'는 그래서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보태 5000만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게 설계됐다. 청년희망적금과 비교해 만기가 3년 더 길다.

만 19~34세인 청년 중 개인소득 기준(총급여 기준 6000만원 이하는 정부기여금 지급·비과세 적용, 총급여 기준 6000만~7500만원은 정부기여금 지급없이 비과세만 적용)과 가구소득 기준(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을 충족하는 경우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어쩐 일인지 흥행이 저조하다.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는 처음 출시됐던 지난 6월 76만1000명을 기록했다가 매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7월에는 44만명, 8월에는 1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42만2000명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올해 목표인원(306만명)의 13.7% 수준이다.

청년들은 이만한 금융상품이 없다는데 입을 모으면서도 청년도약계좌 역시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다. 만기가 너무 길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금리 경쟁력도 힘을 잃었단 지적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중도 해지를 막기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한 대출(적금담보부대출)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정책 보완에 나선 상태다.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에게 혜택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다만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는 적금을 유지하는 대신 내야 하는 대출 이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퇴사, 이직 등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엔 늘 변수가 많다.

내년 2월이면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도래한다. 꼬박꼬박 돈을 넣은 청년이라면 1인당 최대 1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당국은 청년희망적금의 환급금을 청년도약계좌로 일시 납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년 자산 형성의 지속성을 위해서다. 과연 5년 뒤 통장을 보고 웃는 청년은 몇 명이나 될까. 청년 금융정책의 디테일이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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