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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 커지는데… 금융안정계정, 이번 국회서 통과될까

박슬기 기자VIEW 1,0122023.11.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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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사진=예보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사진=예보
국회 정무위원회가 이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법안 심사를 재개하는 가운데 10개월째 답보 상태인 금융안정계정이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법안소위에서 금융안정계정이 통과되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표결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안정계정 도입은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최우선과제다. 유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식과 올해 신년식 등에서 "선제적 위기대응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오는 21일 법안소위를 열고 계류 중인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관심은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될 지 여부다.

정기국회가 다음 달 9일 종료되는 만큼 이번 법안소위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21대 국회에서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결정된다.

유동성 공급 지원해 사전에 위기 차단
금융안정계정은 예금보험공사에 설립되는 일종의 긴급 자금지원이다.

시장급변으로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다수 정상 금융회사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게 되는 경우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권 스스로 마련한 재원인 예금자보호기금으로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부실 예방과 위기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이 긴박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입법을 통해 금안계정을 적기에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올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채권 매각 손실(18억달러)에 따른 뱅크런 이후 크레딧스위스(CS) 사태까지 금융위기는 예측하기 어렵고 빠르게 전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예보 관계자는 "금융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 시장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면 채권 금리가 뛸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예보가 해당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줌으로써 사실상 국공채에 준하는 신용을 보강해줄 수 있다"며 " 해당 금융사의 채권이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되고 금융사 역시 적기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 받아 시장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보기금에서 재원 운용… 은행·증권사·보험사·저축은행 대상
금융안정계정의 재원조달과 운용은 예보기금 내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만큼 정부 재정 투입 없이 예보기금 차입금, 보증료 수입, 예보채 발행 등을 통해 '수입자 부담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따라서 금융안정계정 지원대상은 은행과 증권사·보험사·저축은행 등 4개 업권으로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납부하는 금융사(부보금융회사) 또는 부보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회사다. 예보기금을 사용하는 만큼 예보료를 내는 회사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수신기능이 없어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사도 금융안정계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예금보험공사 측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예보 관계자는 "업권의 유동성이라든지 금융시장 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당신들이 부담한 비용으로 당신들의 위기를 치유하겠다'라는 게 이 금융안정계정의 큰 골자"라며 "여전사들이 예보기금을 쌓지 않았는데 위기 때 다른 금융사들이 적립한 돈을 쓰게 되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에선 위기 상황 시 금융사를 지원하는 관련 법이 이미 한국은행에 있어 금융안정계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예보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위기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위기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금융안정계정이 상호보완적으로 역할을 하면 금융안정을 보다 두텁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중앙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몫만 커지게 된다"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자산의 힘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끔 예보가 일시적으로 지급보증을 해주면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경우에 따라선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사실상 준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는 건데 공적 기관이 위기 부담을 하고 그 위기를 통해 다시 정상화됐을 때 생기는 초과 수익은 회사가 다 갖다 보니 '수익은 사유화, 손해는 공유화'라는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 시 총 124조 지급보증 추산
예보와 금융당국은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될 경우 124조원을 지원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잔액과 올해 보험료 수입 등 예상수입을 토대로 예보기금 적립액을 20조원으로 설정하고 보증배수를 20배 등으로 계산하면 124조원의 지급보증이 가능하다는 추산이다.

예보 관계자는 "이는 가장 보수적인 보증배수로 미국 은행 규제당국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36배, 독일은 20배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계정 자금 지원은 기재부·한은·금감원 협의와 금융위 승인을 거쳐 예보가 자금지원을 공고하고 실제 자금지원은 금융회사 신청에 따라 예보 심사, 금감원 사전협의, 예금보험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결정된다.

자금지원을 신청하는 금융회사는 신청금액·용도, 재무상황 개선방안 등 자금상환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예보는 금융회사 이행실적을 반기마다 점검한다. 이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어 필요시 검사도 실시해 금감원에 감독정보로 제공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과거 IMF 외환위기 때 충분한 자금 지원을 통해 금융사들이 다시 우량한 회사로 바뀐 경험이 있다"며 "금융회사 입장에선 위기가 현실화 되지 않았는데 금융당국과 업무협약을 맺어 발생하는 낙인을 우려하는데 오히려 이런 제도를 활용해 초반 때 위기가 확산되지 않게끔 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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