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극장에서 보니? 난 '호텔'에서 본다
영화愛 빠진 대한민국 / 상영관의 불꽃 튀는 고객 유치전
박성필 기자
10,562
공유하기
편집자주
1년에 4.12편.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영화관람 편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편씩 보는 셈이다.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하다'던 1000만관객 돌파도 한달 안에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산업의 이면에는 이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점들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머니위크>는 급박하게 흘러온 한국영화사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고, 영화중흥기가 지속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해봤다.
지난 3일 오후 4시20분께 찾은 CGV상암 IMAX 상영관. 특별한 블록버스터 체험을 위해 IMAX 상영관에서 관람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그야말로 스릴만점이었다. 무압축 사운드로 듣는 80년대 골드팝송은 귀를 즐겁게 했고 전투신은 실감나는 3D영상을 통해 영화 주인공이 있는 현장으로 빠져들게 했다. 1인당 1만7000원으로 일반영화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IMAX 상영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감흥을 생각하면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국내 3D 열풍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출발점이다. <아바타>는 전세계에서 20억달러(약 2조64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세계영화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이후 <어벤져스>와 <아이언맨3>가 각각 15억달러, 12억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토이스토리3>, <겨울왕국>, <트랜스포머3>가 각각 11억달러씩 끌어 모으는 성적을 거두며 전세계에 3D 영화의 돌풍을 몰고 왔다.
급기야는 과거에 상영됐던 디즈니 애니메니션 <라이온킹>도 3D로 전환돼 관객을 다시 찾았다. 한동안 관객의 싸늘한 평가를 받았던 공포영화 역시 3D로 제작되면서 인기를 되찾았다. 현재까지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터널 3D> 등 수많은 3D 영화가 쏟아져 나오며 상영관을 찾은 관객의 눈을 호강시키고 있다.
3D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효과를 추가한 4D까지 더해지면서 이들 상영관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입체영상과 함께 비행, 이동 등의 움직임을 가미해 실감나는 체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실제 비눗방울이 나오거나 관객의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이 부는 등의 효과는 관객의 영화 몰입도를 높인다.
![]() |
CGV 상영관-골드클래스 라운지 |
![]() |
롯데시네마 상영관-특수관 아르떼 |
◆진화한 관객 사로잡기
3D나 4D 상영관의 인기가 정점에 달하면서 관객의 취향도 진화하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와 별개의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상영관들이 영화뿐만 아니라 고객의 욕구를 반영한 색다른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까닭이다. 이른바 VIP서비스와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지칭되는 상영관이 멀티플렉스에서 컬처플렉스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의 개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상영관들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극장에서는 영화만 봐야 한다'는 관객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1인당 3만원 안팎으로 일반영화보다 3배가량 비싸지만 편의와 안락함을 제공하는 관람서비스에 관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CGV는 올해 초부터 서울 상암, 영등포, 오리, 왕십리, 용산 등 5개 상영관에서 '골드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30~40개로 제한된 좌석에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전용 라운지와 바, 영화관람 중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사이드 테이블까지 마련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스위트박스'도 호응이 좋다. 이 프리미엄관은 2인 전용의자인 독립적인 박스석으로 운영돼 인기가 높다. 일반관 내 스위트박스가 설치된 형식으로 가운데 팔걸이가 없어 일반석보다 넓다. 가격은 1인당 1만2000~1만5000원으로 일반석보다 40% 이상 비싸지만 연인과 친구, 가족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시네마에서 운영하는 '샤롯데관'은 고급가죽으로 제작된 소파에 누워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일반상영관이 130석 정도인데 반해 샤롯데관은 34석으로 구성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식사나 와인 등을 주문할 수 있는 케이터링서비스도 제공한다. 전용 라운지에는 개인 사물함과 최신 잡지, 서적이 마련돼 있다.
샤롯데관은 서울 에비뉴엘, 건대입구, 김포공항, 인천, 안산, 평촌, 광주, 대구, 부산 등 전국 9개관에서 운영한다. 가격은 2만5000~3만원이지만 영화관람과 식사, 여가생활까지 한곳에서 누릴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메가박스는 '퍼스트클럽'을 운영 중이다. 2개의 좌석이 붙어 있는 침대형으로 3열 36석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팝콘과 음료수가 무료로 제공된다. 롯데시네마 샤롯데관과 마찬가지로 누울 수 있어 영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가격은 2만5000~3만원 수준이다.
![]() |
메가박스 상영관-원마운트 |
◆특화된 서비스로 고객몰이
상영관에 고급레스토랑을 결합시킨 서비스가 등장했다. CGV가 운영하는 '씨네드셰프'에서는 특급호텔 출신의 셰프가 요리한 음식을 상영관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소파와 에그체어 등으로 꾸며진 라운지스타일 상영관과 명품 전동식의자, 11.1채널 사운드시스템, 360도 입체음향효과 등의 고급 콘셉트를 자랑한다. 영화관만 이용하면 4만원, 식사가 포함되면 9만~12만원이다.
예술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상영관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시네마 '아르떼'는 예술영화와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예술영화 전용상영관이다. 인디영화나 더 이상 관객몰이가 힘든 영화를 찾는 관객을 위해 마련한 상영관으로 가격은 일반영화와 같다.
영화관의 답답함을 싫어하는 관객을 위한 캠핑형 시네마도 등장했다. 메가박스의 '오픈M'은 옥상에서 텐트 혹은 캠핑의자에 앉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꾸몄다. 바비큐와 와인, 맥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도 즐길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이지만 메가박스가 제공하는 개인용 이어폰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아웃도어족을 사로잡고 있다. 일반석과 텐트석이 마련돼 있으며 가격은 2만~7만5000원이다.
이처럼 국내 상영관들은 진화하는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프리미엄 상영관부터 특화된 고급서비스까지 관객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이들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
상영관이 이 같은 변신을 꾀하는 것은 이미 포화상태인 영화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아바타> 이후 3D 영화 붐이 일면서 줄었던 관객수를 만회했다"며 "하지만 3D 붐이 점차 시들해지는 데다 영화가격을 올리기엔 관객의 저항이 너무 커 상영관들이 특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