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는 다른 벤츠의 '자율 주행차'
최윤신 기자
15,900
공유하기
“메르세데스-벤츠는 운전자에게서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무사고(Zero Accident)를 목표로 한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카그룹 마케팅&세일즈 총괄 임원의 말이다. 차세대 자동차로 주목받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대하는 벤츠의 개발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자는 지난 5월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워크숍’(Mercedes-Benz Intelligent Drive Workshop)에 참가해 자율주행차에 접근하는 벤츠의 기술을 체험하고 미래방향을 들어봤다.
◆구글과는 다른 벤츠의 자율주행차
현재 가장 뛰어난 자율주행자동차 기술력을 갖춘 것은 IT 공룡기업 구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2년 3월 구글은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시험 주행에 성공한 무인자동차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법정 시각장애인인 스티브 마한씨가 구글이 개조한 토요타 프리우스에 탑승해 음식점과 세탁소 등을 자유롭게 오가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직후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운전자 없는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가 머지않아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을 예고했다. 전세계는 구글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자동차의 미래는 기존의 완성차업계가 아닌 구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은 자율주행차에 장착한 ‘라이더’(LiDAR)라는 장치의 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차에 접근했다. 또한 구글맵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변환경을 지도로 만들며 주행한다.
첨단 기술을 장착한 구글차는 지난 3월까지 완전 자율주행으로 130만㎞의 무사고 기록을 달성했으며 오는 2017~2018년 무인차를 상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글의 독주 속에서 벤츠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에 다가서고 있다. 이날 워크숍 기자간담회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총괄은 IT업계의 자율자동차 진출에 대해 “벤츠는 모든 경쟁자들을 존중한다”면서도 “결국 우리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벤츠는 한순간에 등장한 자율주행차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닌 운전보조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이 결국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자율주행이 완성되더라도 운전자가 원할 때는 언제든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도 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기술들은 지난해 9월 완성차업계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공공도로 자율주행 차량 시험에 대한 공식허가를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혁신적이지만 ‘통합 능동제어’ 수준
이날 워크숍에서 공개한 벤츠의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기술은 본격적인 자율주행이라기 보다는 한층 진화한 주행안전·편의 기술에 가까웠다.
벤츠는 이날 ▲교차로 어시스트를 포함한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 ▲나이트 뷰 어시스트 플러스 ▲매직보디 컨트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킨텍스 주변도로 주행을 통해 디스트로닉 플러스 체험코스를 마련했다.
기자는 먼저 킨텍스 주변 도로에서 벤츠 S500모델을 주행하며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을 체험했다.
디스트로닉은 차량 범퍼의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를 이용해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자동 유지하며 일정속도까지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보조장치다. 자동차를 지정한 일정속도로 주행하게 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크게 업그레이드 했다고 보면 된다.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여기에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선을 인식해 주행하는 조향어시스트기능과 완전정지 상태에서도 앞차를 따라 출발하는 스톱&고 파일럿 기능이 추가됐다.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디스트로닉 모드를 활성화하고 속도를 시속 60㎞로 설정했다.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한다. 계기판에 스티어링 휠 모양의 신호가 초록색으로 들어오자 스티어링 휠이 차로를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며 주행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디스트로닉 모드가 해제된다.
올라 칼레니우스 총괄은 이 기술을 설명하며 “정체된 아우토반(고속도로)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실제 사용한 결과 직선도로 주행에는 꽤나 유용한 편의사항이었다. 약간의 굴곡이 있는 도로에서도 자동으로 조향장치가 움직여 차로를 따라가고 앞차와 거리를 인식해 완전히 멈추고 뒤 따라 출발하는 등 무리없는 주행을 보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조향어시스트 기능은 좌·우 회전이 지원되지 않는데 디스트로닉 모드를 가동한 채로 우회전에 진입 시 앞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갑자기 속도를 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로 엑시던트’를 표방한 안전기능은 주목할 만했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BAS)와 '보행자 인식 프리 세이프 브레이크'(Pre Safe Brake)는 차량에 부착 된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가 차량 전방에 돌발 출현하는 차량과 보행자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제동하는 기능이다. 약 50미터 전방에 마네킹을 세워놓고 시속 35㎞정도의 속도를 낸 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놀랍게도 차는 마네킹 코앞에서 정확하게 멈춰 섰다. 이어 체험한 나이트 뷰 플러스와 매직 보디 콘트롤 기능도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돌발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율주행’보다는 두개 이상의 자율주행기능을 통해 운전이 가능한 단계인 ‘통합 능동제어’에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자율주행에 접근하는 벤츠의 자세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과연 벤츠가 제시하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가 차세대 자동차의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카그룹 마케팅&세일즈 총괄 임원의 말이다. 차세대 자동차로 주목받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대하는 벤츠의 개발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자는 지난 5월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워크숍’(Mercedes-Benz Intelligent Drive Workshop)에 참가해 자율주행차에 접근하는 벤츠의 기술을 체험하고 미래방향을 들어봤다.
![]() |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
◆구글과는 다른 벤츠의 자율주행차
현재 가장 뛰어난 자율주행자동차 기술력을 갖춘 것은 IT 공룡기업 구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2년 3월 구글은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시험 주행에 성공한 무인자동차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법정 시각장애인인 스티브 마한씨가 구글이 개조한 토요타 프리우스에 탑승해 음식점과 세탁소 등을 자유롭게 오가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직후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운전자 없는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가 머지않아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을 예고했다. 전세계는 구글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자동차의 미래는 기존의 완성차업계가 아닌 구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은 자율주행차에 장착한 ‘라이더’(LiDAR)라는 장치의 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차에 접근했다. 또한 구글맵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변환경을 지도로 만들며 주행한다.
첨단 기술을 장착한 구글차는 지난 3월까지 완전 자율주행으로 130만㎞의 무사고 기록을 달성했으며 오는 2017~2018년 무인차를 상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글의 독주 속에서 벤츠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에 다가서고 있다. 이날 워크숍 기자간담회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총괄은 IT업계의 자율자동차 진출에 대해 “벤츠는 모든 경쟁자들을 존중한다”면서도 “결국 우리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벤츠는 한순간에 등장한 자율주행차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닌 운전보조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이 결국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자율주행이 완성되더라도 운전자가 원할 때는 언제든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도 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기술들은 지난해 9월 완성차업계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공공도로 자율주행 차량 시험에 대한 공식허가를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 |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
◆혁신적이지만 ‘통합 능동제어’ 수준
이날 워크숍에서 공개한 벤츠의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기술은 본격적인 자율주행이라기 보다는 한층 진화한 주행안전·편의 기술에 가까웠다.
벤츠는 이날 ▲교차로 어시스트를 포함한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 ▲나이트 뷰 어시스트 플러스 ▲매직보디 컨트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킨텍스 주변도로 주행을 통해 디스트로닉 플러스 체험코스를 마련했다.
기자는 먼저 킨텍스 주변 도로에서 벤츠 S500모델을 주행하며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을 체험했다.
디스트로닉은 차량 범퍼의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를 이용해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자동 유지하며 일정속도까지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보조장치다. 자동차를 지정한 일정속도로 주행하게 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크게 업그레이드 했다고 보면 된다.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여기에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선을 인식해 주행하는 조향어시스트기능과 완전정지 상태에서도 앞차를 따라 출발하는 스톱&고 파일럿 기능이 추가됐다.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디스트로닉 모드를 활성화하고 속도를 시속 60㎞로 설정했다.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한다. 계기판에 스티어링 휠 모양의 신호가 초록색으로 들어오자 스티어링 휠이 차로를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며 주행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디스트로닉 모드가 해제된다.
올라 칼레니우스 총괄은 이 기술을 설명하며 “정체된 아우토반(고속도로)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실제 사용한 결과 직선도로 주행에는 꽤나 유용한 편의사항이었다. 약간의 굴곡이 있는 도로에서도 자동으로 조향장치가 움직여 차로를 따라가고 앞차와 거리를 인식해 완전히 멈추고 뒤 따라 출발하는 등 무리없는 주행을 보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조향어시스트 기능은 좌·우 회전이 지원되지 않는데 디스트로닉 모드를 가동한 채로 우회전에 진입 시 앞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갑자기 속도를 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로 엑시던트’를 표방한 안전기능은 주목할 만했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BAS)와 '보행자 인식 프리 세이프 브레이크'(Pre Safe Brake)는 차량에 부착 된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가 차량 전방에 돌발 출현하는 차량과 보행자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제동하는 기능이다. 약 50미터 전방에 마네킹을 세워놓고 시속 35㎞정도의 속도를 낸 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놀랍게도 차는 마네킹 코앞에서 정확하게 멈춰 섰다. 이어 체험한 나이트 뷰 플러스와 매직 보디 콘트롤 기능도 혁신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돌발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율주행’보다는 두개 이상의 자율주행기능을 통해 운전이 가능한 단계인 ‘통합 능동제어’에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자율주행에 접근하는 벤츠의 자세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과연 벤츠가 제시하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가 차세대 자동차의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