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쟁] '국제통화' 위안화, 위안부터 심어라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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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환율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영란은행은 0.25%로 내렸다. 중국은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했다. <머니S>는 이들 나라들의 통화정책 현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또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대대적인 양적완화(QE)를 단행해 통화량을 확대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 위축된 실물경기가 살아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도 그리스 재정위기를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의 양적완화책으로 봉합 중이다. 일본도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며 잃어버린 20년을 찾기 위한 돈 풀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선진국처럼 마음껏 돈을 풀기 어렵다. 세계 경제규모 2위에 올라서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중국이지만 아직 시장의 신뢰는 선진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이 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늘리면 위안화가치가 떨어져 급속한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위안화를 편입시키려고 많은 공을 들였다. SDR 편입은 ‘세계통화’로 인정받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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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R 편입, 세계통화 되기 위한 포석
IMF 이사회는 지난해 11월30일 중국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 이에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5번째로 SDR 구성 통화로 자리 잡았다. 다만 IMF는 시장적응기간을 고려해 10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올 10월1일부터 위안화를 SDR에 본격적으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SDR은 기축통화인 달러와 금을 대신해 IMF가 만든 일종의 가상통화다. 초기에는 1SDR의 가치가 1달러로 고정됐지만 달러화가 미국의 경기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세계 교역규모가 큰 국가의 화폐들을 SDR 통화바스켓으로 구성했다. IMF 회원국은 출자비율에 따라 SDR을 받고 필요할 경우 담보 없이 바스켓이 포함된 통화 중 하나로 교환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IMF 출자비율인 1.41%만큼 SDR을 보유 중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SDR에 편입시키기 위해 공을 들인 까닭은 국제통화의 위상을 누리기 위해서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IMF 가입국들은 위안화를 결제나 투자목적이 아닌 외환보유고 유지 측면에서 확보한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치가 떨어져도 극심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은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현재 위안화는 무역 결제나 투자를 위한 통화여서 필요할 때만 쓰고 남은 위안화는 쓸모가 많은 달러로 다시 환전하는 게 유리하다”며 “다만 SDR에 편입된 후 국제적 위상을 지닌 ‘보유통화’가 되면 이 문제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지고 제조업 기반 수출이 위축되자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경기를 부양하려고 노력했다. 중국은 2014년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여섯차례 인하해 기존 6%에서 4.25%까지 내렸다. 또 기준환율과 환율변동 폭을 고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 고시하는 방법으로 가격경쟁력을 도모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8월 기준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감소폭이 전달 4.4%에서 1.6%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수입도 2014년 말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하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 충격은 중국 자본시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해 8월 중국 인민은행이 3일간 총 4.66%의 위안화 절하 고시를 한 이후 소폭 강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며칠 만에 급락했다. 또 지난해 12월 조지 소로스 등 투기자본이 공매도에 나서며 위안화 약세에 베팅함에 따라 중국 내 해외자본이 유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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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세계에서 통용되는 안전한 위안화 필요
위안화가 SDR에 편입된다고 해서 바로 달러화와 같은 세계통화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제무역에서 위안화의 결제수요가 더욱 늘어야 하고 환율 안정성도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위안화가 국제결제에서 활용된 비율은 1.9%를 기록했다. 달러(약 40%), 유로화(약 3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고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보다 낮다. 위안화의 결제통화비중은 지난해 8월 엔화를 제치고 세계 4위(2.76%)로 올라섰지만 수출입 규모가 위축되면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위안화는 글로벌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숙제도 안았다. 통상 달러와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면 가치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안화는 지난해 말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다른 통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다”며 “위안화는 현재 안전자산이 아니며 안전자산의 지위를 향해 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은 위안화가 SDR에 편입된 후 위안화를 국제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초 세계은행이 중국 은행간시장에서 5억SDR(약 78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것도 위안화 사용확대를 위한 중국의 노력이다. 중국은 SDR 표시 채권시장 규모를 앞으로 5년간 연간 50억SDR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중국은 시장 개입 우려가 나오는 위안화 환율도 안정시킬 방침이다. 지난 9월19일(현지시간) 리커창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에 방문해 “중국경제가 꾸준히 상향추세를 나타내고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근거가 없다”며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이고 균형을 취한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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