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레고랜드 쇼크… '돈맥경화' 연말 기업 돈줄 마른다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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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어린이날 개장한 레고랜드 사태에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기업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연말에는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AA- 등급 3년물의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연 5.588%로 집계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BBB- 등급 3년물의 금리도 같은 날 연 11.444%로 연고점을 찍었다.
AA- 등급과 BBB- 등급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중순만 해도 각각 4%대, 10%대에 머물렀지만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지난달 말 즈음에 각각 5%대, 11%대로 진입해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신용채권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기업 등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달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지난 2020년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 2천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하고 강원도가 보증을 섰다.
이에 강원도는 GJC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지난달 28일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사태는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높은 신용도를 부여해왔던 시장의 신뢰를 흔들어놨다. 현재 회사채 시장의 경색은 기본적으로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이번 레고랜드 사태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전문가들은 레고랜드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큰 중소 증권사나 여전사(카드·캐피탈) 등으로 전이돼 '금융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원도가 보증해 우량채권으로 분류됐던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증권)가 디폴트 사태를 맞으면서 회사채 시장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고 이로 인해 자금 경색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말, 내년 초 쯤엔 실질적으로 기업의 '디폴트'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자금 투입 방침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주력하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사채 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1조6000억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도 시장 내 근거 없는 루머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 등과 협력해 합동 루머 단속반을 운영하며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구두 메시지를 내놨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상황과 관련해 "지금 자금시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를 중심으로 단기시장, 회사채 시장까지 불안한 양상인데 당국이 이 문제를 잘 보고 있다"며 필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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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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