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캡처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1차 시험관 시술은 실패했는데 아내가 올해는 끝까지 해보겠다고 한다."

방송인 이상민이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이 발언이 부부 예능인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이 아닌, 싱글족을 조명하는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 나온 게 낯설다.


이상민은 4월 말 혼인신고를 마치며 결혼을 공식화했다. 무려 20년 만에 하는 재혼인 만큼 축하가 이어졌다. 그의 재혼 스토리는 5월 '미우새'를 통해 공개됐고, 두 사람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무엇보다 많은 이가 오랫동안 싱글로 지내온 이상민의 '인생 2막'을 축하했다. 이후 시청자들은 이상민의 '미우새' 하차를 예감했다. 혼인신고를 해 정식으로 유부남이 되면서 더이상은 '싱글'이 아니어서다. 이에 다수의 시청자들은 그의 '아름다운 방출'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상민은 결혼 후에도 '미우새'에 남았다. 여기에 더해 아내까지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이달 6일에는 부부의 시험관 도전기, 13일에는 이상민 신혼집 공개가 이어졌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갸우뚱했다. 솔로들의 일상을 엿보는 방송에 '부부 에피소드'가 그것도 '2주 연속'으로 등장한 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한참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송사인 SBS에는 '동상이몽2'라는 부부 예능이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굳이 '미우새'에서 이를 다뤄 의아함을 느끼게 했다.


물론 '미우새'가 초반 기획 의도를 오롯이 지켜만 온 건 아니다. 출연진 단합대회, 집들이, 소개팅 등 단순한 관찰 구성에서 벗어나 예능적으로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를 기획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항상 '홀로 사는 스타'들이 주인공이 되는 본질에선 벗어나지 않았다. 짠하지만 홀로 멋지게 일상을 꾸려가는 싱글 스타들의 삶을 엿보는 게 '미우새'가 주는 재미라는 건 시청자도, 제작진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상민이 결혼 후에도 계속해서 '미우새'에 나오는 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흐리는 일이다. 싱글 예능도, 부부 예능도 아닌 '미우새'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이상민이 원년 멤버로 시청자와 수많은 일상을 나누었다고 해도, 기획 의도를 벗어나는 무리수를 계속 둔다면 '미우새'는 더 이상 '미우새'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