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힐튼서울 호텔의 철거 공사가 2026년 하반기를 목표로 진행중이다. 건물 최상층부터 절단·분리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사진은 남산공원에서 내려다본 힐튼호텔 철거 공사 현장. 철거 공사가 완료되면 힐튼 재개발 공사인 이오타 프로젝트가 2032년 2월을 목표로 진행된다. /사진=최성원 기자


서울역과 남산을 잇는 위치에 6성급 리츠칼튼을 조성하는 밀레니엄힐튼서울 호텔 부지의 재개발 철거 공사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건물 최상층부터 분리하는 '파쇄·부재해체 공법'이 활용됐다.


14일 오전 지하철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가자 하얗고 거대한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바로 앞에 도착해도 공사장인지 모를 만큼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건물 전체를 감싼 하얀 천의 정체는 방음벽이었다. 전통 발파 방식이 아닌 파쇄 공법으로 먼지와 소음을 줄여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힐튼 부지는 앞으로는 남산이, 뒤로는 교통의 요지 서울역이 위치한 도심 관광지구로 2022년 말 호텔 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2년 반 동안 재개발 착공을 못하다가 지난 5월 철거 공사의 첫 삽을 떴다. 올 3월 서울 중구 양동구역 제4-2·7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관리처분계획인가를 획득하고 호텔 내 양복점 임차인과의 명도 협의가 4월 완료되어 철거가 가능해졌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파쇄 공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안전·환경 문제를 들었다. 해당 공법은 건물 최상층에 장비와 근로자를 투입, 구조물을 하나씩 절단·분리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폭파 철거를 할 경우 안전·환경의 리스크가 있어 최근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 부지가 도심에 위치해 안전사고나 소음, 진동, 먼지 등 발생을 막아야 하고 복원하는 건물 부재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파쇄·부재 해체 공법'을 통해 주변 피해를 최소화했다. 사진은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밖. /사진=최성원 기자


재개발 후에도 힐튼호텔 로비는 복원될 예정이다. 철거 결정 당시 건축·문화계는 한국 건축사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전체 철거를 반대했다. 힐튼호텔 로비는 1983년 국내 1세대 건축가 김종성 서울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명예사장이 설계한 현대 건축사의 주요 작품이다.

단순 호텔 공간이 아닌 한국 모더니즘 건축사의 중요한 예시로 평가받는다. 이에 서울시는 호텔 보존 가치를 논의하기 위한 심포지엄과 설계 공모전을 열어, 2023년 호텔 로비의 원형을 보존하는 조건으로 재개발을 허가했다.
힐튼호텔 공사 현장은 도심 가운데서 진행되기 때문에 파쇄·부재 해체 공법을 활용했다. 사진은 남산소월타워 맞은편에서 힐튼호텔 주차장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최성원 기자


현장 맞은편엔 남산공원과 백범광장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로 손꼽힌다. 바로 옆은 CJ 본사와 SK브로드밴드 본사로 활용되는 남산소월타워가 있다.


그리고 뒤편으로 남대문장로교회를 지나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면 서울역 랜드마크빌딩 서울스퀘어와 서울역이 보인다. 지하철 공항철도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등 5개 노선이 지나 관광과 업무, 주거 수요를 아우르는 입지다.

2026년 하반기 철거 완료, 2032년 2월 프로젝트 완성

이오타 프로젝트를 통해 총 3개 동이 조성될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일환인 개방형 녹지부터 남산으로의 도심 녹지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이오타 프로젝트 투시도. /사진 제공=이지스자산운용


힐튼호텔을 주축으로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일대 부지에는 총사업비 6조원 규모의 '이오타 서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현대건설이 공동 투자해 메트로타워와 서울로타워를 통합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연면적 약 46만㎡의 대형 도심 재생사업이다.

지하 10층~지상 34층·39층 규모의 업무·숙박·판매시설과 지하 4층~지상 8층 공공청사 등 총 3개 동이 조성된다. 면적의 40%는 녹지·휴게공간으로 시민에게 개방된다. 개방형 녹지부터 남산으로의 도심 녹지축이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힐튼호텔 철거 공사를 시작으로 이오타 프로젝트는 1기와 2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힐튼호텔 부지 건설이 1기, 메트로타워·서울로타워 부지가 2기다. 해당 정비사업은 2032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힐튼호텔 철거는 2026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메트로타워·서울로타워 착공이 2027년 상반기에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