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원가 상승의 주 원인인 전기료 인하 방안은 포함되지 않아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친환경 설비 투자조차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스1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철강업계는 정책 지원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점은 환영하면서도, 가장 시급한 전기료 인하가 빠진 데는 아쉬움을 표했다. 친환경 전환 지원도 업계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국회는 지난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을 재석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 특별법에는 ▲저탄소철강 인증제 도입과 저탄소철강특수 신설 ▲기업결합심사 기간 단축 ▲공동행위의 예외적 허용 ▲사업 재편 과정에서의 정보교환 허용 등 공정거래법상 특례 조항 등이 포함됐다.

철강업계는 그간 내수 부진과 글로벌 공급 과잉, 미국발 고율 관세가 겹친 '삼중고'에 시달려 왔다. 이러한 위기 속 철강산업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1986년 철강공업육성법 폐지 이후 40년 만에 철강산업을 위한 법률이 제정됐다"며 "업계 역사에서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했다.


다만 전기료 인하 등 핵심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철강산업에서 전기 요금은 원가의 높은 비중을 차지, 동국제강·세아제강 등 전기로 기반 기업들은 전력비 부담이 더욱 크다. 지난 몇 년간 산업용 전기료가 급등한 상황에서 가장 실질적인 지원책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이 앞으로 철강산업 지원 기준이 될 텐데 전기료 인하가 빠져 있어 매우 아쉽다"며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논의 테이블에는 올라가야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 미래보다 당장의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말 105.5원에서 지난해 말 185.5원으로 75.8% 증가했다. 포스코의 경우 자가발전 설비를 갖춰 전체 전력의 약 85%를 자체 조달할 수 있지만, 다수의 중견·영세 업체들은 인상분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 역시 전기료 압박이 커지자 발전사와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의 에코아크 전기로의 모습. /사진=동국제강


탄소중립 전환 지원 방안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K스틸법에는 산업부 장관이 저탄소철강 기술을 선정해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사업화·사용 확대 및 설비 도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정부가 저탄소철강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저탄소철강을 생산하려면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해, 기업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실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의 절반이 탈탄소 내용으로 채워진 거 같다"며 "수소환원제철은 꿈의 기술이고, 다소 먼 미래의 얘기"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당장의 생존 문제와는 별개의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전기료 문제는 철강뿐 아니라 IT·석유화학 등 전 산업이 겪는 공통 사안이어서 철강업종만 예외적으로 인하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기업들이 가격을 넘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R&D 예산 확대나 설비투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전환에 대해선 "수소로 철강을 생산하면 제품 가격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오른다"며 "제품을 만들더라도 시장이 이를 수용할지가 문제"라고 짚었다. "보조금 제도 도입이나 정부가 저탄소철강 제품의 일부 수요를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