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 도매 금지 '닥터나우 방지법', 본회의 상정 무산
2일 오후 본회의 최종 안건서 제외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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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린 약사법 개정안이 끝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보건복지위와 법사위를 연달아 통과하며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데다 여야 내에서도 혁신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규제라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상정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약사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 처리 안건에서 최종 제외됐다. 보건복지위원회 단계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이었던 만큼 전날까지만 해도 무리 없는 통과가 예상됐으나 본회의 당일 기류가 급격히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일부 의원들이 업계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해당 법안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비대면 플랫폼 가운데 의약품 도매업을 직접 운영하는 곳이 닥터나우뿐이라는 점에서 닥터나우 방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대면진료 중개업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의약품 도매상이 플랫폼과 이용계약을 체결한 약국에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유통망을 겸업할 경우 특정 약국을 우대하거나 특정 제약사 제품 처방·판매를 유도하는 형태의 신종 리베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당과 보건복지부의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3월 의약품 공급을 위한 별도 도매업체 '비진약품'을 설립해 운영해 왔으며 이후 해당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 환자들이 처방약을 찾기 위해 여러 약국을 전전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플랫폼이 전문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면 약국의 재고 현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닥터나우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정식으로 도매업 허가를 취득했다.
닥터나우는 도매업을 기반으로 약국에 직접 의약품을 공급하고 입·출고 내역과 조제 이력을 활용해 약국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서비스를 지난 1년여 동안 운영해 왔다. 현재 닥터나우와 제휴를 맺은 약국은 3200여곳이며 이 가운데 약 1200곳이 비진약품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도매업과 플랫폼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 자체가 이해충돌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닥터나우가 비진약품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을 플랫폼에서 우선 노출해 약사법과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의혹, 도매업을 통해 납품한 품목을 제휴 약국에 대체조제하도록 유도했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 관련해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재고 확실 표기 등 특정 약국 우대 논란은 지도 기반 노출 구조여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환자가 약국 10곳에 전화를 돌려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편향된 입법'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닥터나우뿐 아니라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업계 단체들은 수차례 국회와 정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도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법안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제2의 타다 금지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로운 산업이 규제 공백 속에서 성장하며 제도화를 기대하면 이후 정치적·기득권적 반발로 인해 법으로 차단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안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판에 상정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닥터나우는 규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최소한 재검토의 여지는 생겼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오는 4일 다시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는 "본회의는 또 열리고 그때 상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있다"며 "이번 결정이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으로 이어질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지만 절차적으로 일방적이고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에서 일정 부분 제고의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보여 안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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