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와 저가 주택의 가격 차이가 13배까지 벌어질 만큼 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심각하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관광객이 도심 아파트 단지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전국과 서울의 공동주택(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고가와 저가 주택의 차이는 처음으로 13배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 지역균형발전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정부 정책의 변화도 주문했다.


2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12.7배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해당 수치가 클수록 고가와 저가 주택의 가격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저가 주택 12.7채 가격이 고가 주택 1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상위 20%의 평균 가격은 14억6222만원으로 2019년 11월(7억1996만원) 대비 6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반면 하위 20%의 평균 가격은 1억1515만원으로 같은 기간(1억825만원) 대비 오르긴 했지만 상승 폭은 작았다. 상위 20%의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결과는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위 20%의 평균 가격은 수도권 중심 고가 주택이 올렸고, 하위 20%는 지방 아파트의 가격 정체와 하락이 겹쳐 상승 폭이 제한된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돼 수도권 수요자들뿐 아니라 지방 주택 보유자들도 집을 처분하고 서울로 몰렸다"며 "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가격이 오르고 나머지 지역은 정체되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평균 5분위 배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수치 모두 상위 20%의 평균 가격의 상승이 끌어올린 결과다. /사진=강지호 디자인 기자


서울 아파트 평균 5분위 배율도 6.8배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위 20%의 평균 가격은 33억9165만원으로 2019년 11월(17억1744만원) 이후 약 2배 상승했다. 하위 20%의 평균 가격도 4억9723만원으로 6년 전(3억6524만원)보다 올랐다.


실거래가 상승률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2023년 입주)는 지난달 25일 전용면적 59.96㎡가 45억원(26층)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의 지난해 1월 실거래는 29억원(27층)으로 55.2% 상승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한 노원구 상계동의 '노원 센트럴 푸르지오'(810가구·2021년 입주)는 전용 59.99㎡가 지난달 13일 8억7000만원(11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월 실거래가 7억7000만원(17층) 대비 상승률은 13.0%를 기록했다. 노원구 대표 주거지에 위치했고 신축 아파트임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률이 저조했다.


서울 내에서도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며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이 부동산을 주가처럼 본다"며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우량주에 수요가 몰리고 비우량주는 관심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제 개편·지역균형발전 통해 '양극화 해소'… 정책 방향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집값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제 개편과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정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강지호 디자인 기자


이 같은 집값 양극화 현상의 해결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을 꼽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랩장은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1주택자 중심으로 개편된 세제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겼다"며 "주택 수가 아니라 보유 주택의 가치를 기준으로 세 부담을 매기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00억짜리 한 채보다 10억짜리 열 채를 보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상황이 되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높이고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를 낮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들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함 랩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시티와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지역균형전략들을 통해 지방의 자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방의 생활 인프라를 발전시키면 집값 양극화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