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해운협회 부회장 "공급자 아닌 사용자 중심 R&D 필요"
현장 수요 반영한 연구 방향 강조… 운항 데이터 공유·활용할 플랫폼 및 체계 필요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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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은 기술의 수요자입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쪽의 의견이 기술 개발에 반영돼야 합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2일 열린 '스마트 해양기술 세미나' 발표에서 이같이 말하며 해운·조선·항만을 아우르는 국가 기술 체계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친환경 연료·자율운항·데이터 표준화 등은 해운 현장에서 절실한 과제들"이라며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기술 사용자 중심의 R&D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번 세미나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와 어기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당진)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탄소중립 규제 강화와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 항만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해양 환경 속에서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현장에는 조선·해운·항만·해양정책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산업 전반의 기술·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진 KRISO 부소장은 '해운·조선·항만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국 해양산업의 경제적 위상을 짚었다. 그는 "해운·조선·항만은 단절된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사슬"이라며 "국내 해양산업 총산출액이 107조원에 이르고 부가가치는 21조원으로 자동차 산업보다 높다"고 했다. 또 한국 수출의 99%가 해상 물류에 의존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양은 국가 경제의 생명선"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미래 변화의 키워드로 ▲탄소중립 전환 ▲AI 기반 디지털화 ▲북극항로 및 공급망 재편을 제시했다. 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친환경 선박·항만·연료 인프라가 동시에 변화해야 한다"며 "AI·자율운항·스마트항만 기술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KRISO가 구축해 온 자율운항 실증 인프라, 빙해수조, 초대형 수조 등 국가 해양기술 테스트베드(시험 환경)를 활용한 기술 고도화 계획도 소개했다.
이어 양창호 부회장은 해운업계 입장에서 필요한 기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먼저 "친환경 연료 전환의 핵심은 결국 '실용성'"이라며 "LNG 기반 이중연료 선박과 향후 암모니아·메탄올 전환을 고려한 설계 표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존 선박의 연료 전환을 위한 리트로핏(개조, 개선) 기술 확보 역시 주요 과제로 꼽았다.
또한 에너지 절감장치(ESD)에 대해 "지금은 조선사가 장비를 장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선형·선종별 맞춤형 ESD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운항 2단계 기술은 상용화되고 있지만 원격운항 기반 3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관제 절차·신뢰성 검증·사이버보안 기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양 부회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데이터 표준화를 꼽았다. 그는 "운항 데이터는 설계 검증, 연료 효율 개선, 탄소배출 절감기술의 근간"이라며 "선사들도 데이터를 제공할 의지는 있지만 이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 부회장은 끝으로 KRISO의 연구 방향 전환도 요청했다. 그는 "기술을 만드는 관점에서 벗어나 해운업계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경제성 중심의 R&D'가 이뤄져야 한다"며 "해운·조선·항만이 하나로 연결될 때 비로소 한국이 미래 해양 패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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