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건설이 세운4구역에 보유한 토지 전량으로 매각하기로 밝혔지만 공공 매각이 쉽지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사진=뉴스1


한호건설이 종묘 앞 세운4구역의 개발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보유 토지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수 주체가 공공·민간 둘 다 마땅치 않다는 전망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호건설은 지난 1일 세운4구역 일대에서 보유한 토지 3135.8㎡(약 950평)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에 매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필지는 세운4구역 전체 면적의 약 10% 수준이다. 민간 소유분만 놓고 보면 30%에 가까운 '최대 민간 지분'에 해당한다. 한호건설이 빠질 경우 지분 구조와 사업 구도가 달라진다.


한호건설은 세운3-2·3구역, 6-3-3구역 등 인근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계열사를 통해 세운4구역 토지를 지속 매입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책 정보에 앞서 개발이익을 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호건설 관계자는 "세운4구역 개발이 정상 추진돼도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토지를 계속 보유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야기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SH 부채 확대… 백사·구룡마을 등 동시 추진 부담 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4구역의 모습./사진=뉴시스


SH공사가 해당 토지를 인수할 경우 세운4구역의 약 70%가 공공 소유로 전환돼, 사실상 공공 주도 개발로 재편될 전망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한호건설로부터 공문을 받은 상태이고 매입 여부는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SH공사가 매입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SH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95%에서 2027년 267%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여기에 백사마을, 구룡마을 등 대규모 정비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추가 재원 투입은 부담이 큰 상황이다.

세운4구역은 SH공사가 공공 재원을 투입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기에 절차와 검토가 복잡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매입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된다. 정치권이 개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운4구역은 '정쟁의 사업'으로 부각된 상태다. 새로운 민간 디벨로퍼가 대규모 토지를 인수해 주도권을 잡는 데는 리스크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에 누가 들어가도 정치권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종묘 앞이라는 입지 특성상 높이 규제·경관 심의와 문화재 영향평가 등 불확실성이 많아 신규 사업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