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해운사들이 부산 이전을 확정한 가운데 HMM의 부산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 반대와 민영화 이슈가 겹친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 주인 찾기'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HMM


국내 일부 해운사들이 부산 이전을 확정하면서 최대 국적선사 HMM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현재 HMM 부산행은 노조 반대와 민영화 이슈가 겹치며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이 불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본사 이전 논쟁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 주인 찾기'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 5일 부산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매출액 기준 각각 국내 7위, 10위 규모의 벌크선사로 양 사는 이달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한 뒤 내년 1월 초 본사 이전 등기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8일 부산 청사로 이전을 시작했다.

정부의 '해양수도 부산' 비전이 현실화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HMM으로 향하고 있다. HMM 부산행은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자 부산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 꼽혀왔지만, 직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HMM 육상노조)는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서 '본사 강제 이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주주가 동의 없이 이전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 태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후 법적 대응과 국민감사청구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HMM 육상노조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서 'HMM 본사 강제 이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의 사례를 HMM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두 회사가 국내 10위권 벌크선사인 반면, HMM은 글로벌 10위권 컨테이너선사로 규모와 사업 구조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국내 주요 해운사들과의 체급 차이가 상당한 편"이라며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은 사업 구조와 운항 방식이 전혀 달라 단순히 '이들도 부산으로 갔으니 HMM도 가능하다'라는 식의 논리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HMM의 전체 매출 중 국내 비중은 10~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화주 대응과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 측면에서는 서울 본사 체제가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북극항로 역시 여름철에만 운항이 가능해 정기적으로 노선을 운영해야 하는 컨테이너선보다 벌크선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인력 구조도 부산 이전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HMM은 약 1900여 명의 직원 중 1057명이 육상 직원으로 해상 직원보다 비중이 더 크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전체 인력 1398명, 1150명 중 해상 직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부산 이전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부산 이전 논쟁 속 민영화 작업도 시동이 걸리고 있다. 2023년 인수전에 참여했던 동원그룹은 최근 스터디 조직을 꾸려 HMM 인수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포스코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힌 데 이은 두 번째 움직임으로, 복수의 원매자가 등장한 만큼 공개경쟁 입찰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본사 이전과 노사 갈등이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 10조원대의 몸값을 지불하고도 노사 갈등과 정부 개입 등의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어서다. 글로벌 해운업이 불황 국면에 접어든 만큼 본사 이전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업종인데 지금은 불황 초입에 접어들었다"며 "지금처럼 외부 변수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HMM이 불황기에 안정적인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본사 이전보다 사실상 민영화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1월 HMM 지배구조 개편과 본사 부산 이전 등을 포함한 종합 로드맵을 발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민영화 방향성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