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이 마곡 사옥의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사진은 마곡산업단지 전경 모습./사진=서울경제진흥원


SM그룹이 마곡산업단지 내 사옥의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내년 3월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대기업들의 마곡 이전으로 입지 경쟁력은 높게 평가되지만 공공 산단의 연구시설 등으로 용도 규제가 이뤄져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은 2016년 준공한 마곡 사옥의 예비 인수자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대지 2991㎡에 지하 2층~지상 12층, 연면적 1만5697㎡ 규모로 지어졌다. 입주 당시 대한해운·SM티케이케미칼 등 계열사들이 입주했다가 올해 7월 퇴거했다.

SM그룹 관계자는 "마곡에 입주했던 계열사들이 그룹 내 시너지를 위한 조직 재배치 차원에서 서울 신촌 본사로 이전을 완료했다"며 "5호선 발산역과 9호선 양천향교역 등 교통 인프라가 근접해 매수 의향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곡산단은 서울 강서구 일대에 조성된 글로벌 융복합 R&D(연구개발) 클러스터로 지난해 기준 상주 근로자는 3만1313명이다. 이 중 연구개발 인력(1만5855명) 비중은 50%를 넘는다.

인근 상업시설 시세 기준 330억대 추정

SM스틸 건설부문 안전보건 지원 모습.(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SM그룹


SM그룹은 마곡 사옥 조성 당시 토지 원가 97억원, 공사비 147억원을 투자했다. 공공 산단으로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토지를 매수했다. 현재 인근 상업시설 시세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3.3㎡(평)당 3662만원으로 약 330억원이 추정된다. 다만 상업시설 시세는 SM그룹이 매각 금액을 결정할 수 있는 감정평가금액의 추정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마곡 사옥 인근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1194가구·2017년 입주)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2017년 11월 전용 84㎡가 9억원(13층)에 거래됐다가 올 11월 16억6000만원(12층)에 거래돼 8년 만에 약 7억6000만원이 상승했다.


LG그룹·DL이앤씨·롯데건설·이랜드·넥센타이어·에쓰오일 등 대기업이 잇따라 입주하며 마곡산단은 '산업·주거·상업' 직주근접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해당 사옥의 건축물 용도가 교육연구시설로 지정됐고 입주 가능 업종이 제한된 점은 리스크다.

SM그룹이 건물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입주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SM그룹은 2021년 12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의 점검 결과 그룹 본부와 2개 계열사가 무단 입주하고 연구시설 면적을 미준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2022년 SH공사가 SM그룹 측에 시정명령 행정처분을 내렸고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에 따라 입주 계약 해지일로부터 1년 내 연구시설·산업용지를 매각하지 못하면 해당 자산가액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하게 된다.

SBA 관계자는 "연구시설로서 매각 시 감정평가 방식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산업입지과 관계자는 "매각 가격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법정 기한인 내년 3월까지 매각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지속해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