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경영안정대책비 반토막에 전남 농민단체 뿔났다
"농민수당 핑계로 경영대책비 줄이는 건 조삼모사"
전남도는 "전국 최대… 전북·경남보다 두배 이상"
무안=홍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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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경영안정대책비가 원상복구될때까지 김영록 지사가 가는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투쟁을 이어가겠다."
9일 전남도의회 광장. 겨울 바람을 뚫고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등 100여명의 전남지역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도청에 모였다. 전남도의회와 전남도가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50% 삭감한 것과 관련 지역 농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이날 집회를 열고 "농민수당을 10만원 인상하는 대신 협의도 없이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삭감했다"며 "삭감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농업소득은 10년째 제자리다. 지금보다 농업 예산을 두 배 늘려도 모자라는 판에 돌려막기식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농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어 "전남도와 도의회는 벼 경영안정대책비 삭감안을 철회하고 농민수당은 별도 예산을 확충해 모든 농민에게 확대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최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벼경영안정대책비 228억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 50%를 삭감해 최종 114억원으로 의결했다. 매년 60만원 씩 지급하던 농민수당을 내년부터 70만원으로 인상키로 하면서 관련 재원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전남도는 2019년부터 소득보전 직불금 성격의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농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당 61만원(농가 당 2㏊ 한도)을 지급했다. 총 사업비는 570억원 규모로 이중 도비가 228억원, 나머지는 시군비로 채워졌다.
농민단체는 "농민들에게 지급해온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줄여 농민수당 예산을 늘려주겠다는 것은 조삼모사격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벼 경영안정대책비는 치솟는 생산비로 어려움에 처한 쌀농가의 소득안정과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특히 2㏊로 지급상한을 한정하면서 중소농들에겐 커다란 소득지원 효과를 보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단체는 "기본소득이나 농민수당을 핑계로 전혀 성격이 다른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줄이겠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농민들을 우롱하는 시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이번 조정 이후의 금액인 285억원(도비 114억 포함)도 전국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북·경남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이며 일부 시·도는 이미 지원을 중단했거나 내년부터 50% 삭감하는 등의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전남도는 밝혔다.
김영록 지사는 "이번 조정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변화된 농정 환경 속에서 한정된 재원을 보다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며 "벼 농가를 포함한 모든 농어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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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홍기철 기자
머니S 호남지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