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가 여야의 대치 속에 끝났다. 사진은 지난 9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던 중 의제와는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언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가 막말과 고성을 동반한 여야의 '강대치' 속에 공식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서고 우원식 국회의장의 정회 선포까지 더해지면서 소란이 일었다.


10일 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가 회기 종료로 산회 되면서 끝났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법 개정(국회법 개정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및 법 왜곡죄 신설 등 민주당 연내 처리 목표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첫 주자로는 나경원 의원이 나섰다. 안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으로,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및 법왜곡죄 신설 등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도 모두 필리버스터를 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나 의원은 연단에 오를 때부터 관행인 '국회의장 목례'를 하지 않으며 우 의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민주당 추진 법안을 '8대 악법'으로 부르며 철회를 요구하고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도 언급했다. 나 의원의 발언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여야 양측에서는 우 의장을 추미애 법사위원장에 빗댄 "우미애", 나 의원과 속칭 '국회 빠루 사건(패스트트랙 사건)'을 엮은 "나빠루" 등 고성이 계속됐다.

나 의원의 발언권 제한 시간이 길어지자 무선 마이크도 등장했다. 결국 우 의장은 "정상적인 토론이 안 된다.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국회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건 지난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사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정회되자 당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여야 협의 없는 국회의장의 정회 선포에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단체로 의장실을 찾아가 항의했고, 국회법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도 거론했다. 실랑이 끝에 우 의장은 오후 6시19분쯤 정회한 본회의를 저녁 8시30분쯤 속개했지만, 설전은 계속됐다. 국민의힘 측은 "사과하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우 의장은 국회법 해설집을 펼쳐가며 "정회가 가능하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이후 의장실을 통해 국회법상 의장의 질서 유지 및 회의 중지·산회 선포권을 설명하는 자료도 냈다.


본회의 속개 21분 만에 다시 연단에 오른 나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지만, 우 의장과의 신경전은 되풀이됐다. 나 의원이 마이크 중단 사태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자, 우 의장은 "의제 안으로 들어와서 하라. 국회의장도 인내에 한계가 있다"고 경고하며 37분 가까이 마이크를 중단했다. 이후 우 의장과 국민의힘이 협의를 거쳐 결국 다시 마이크는 켜졌지만, 강경 발언과 여야 상호 비난은 이어졌다.

이날 본회의에는 진실화해위원회 3기 출범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과 제헌절 공휴일 지정을 위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등 다수 비쟁점 법안이 상정 예정이었지만, 여야는 대부분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자정을 넘겨 회기 종료로 자동 산회했다. 이날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임시회에서 다시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