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를 주도할 인사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개혁전도사’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됐다. 이어 문재인정부 경제팀을 이끌 쌍두마차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재벌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진 장 실장이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재정전문가’인 김 부총리 후보자가 실행에 나서는 구조다. 개혁적 성향이 강한 이들이 J노믹스 실행의 키를 잡자 재계도 맞춤형 대응에 나섰다.
◆정부, 일자리 창출에 사활
장하성 정책실장은 지난 5월21일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사람 중심의 경제가 되려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 과정이 공정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는 정의롭게 분배돼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겠지만 결국 민간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열고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연장선에서 문재인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올 하반기 ‘대기업 비정규직 상한제’ 도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문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대기업의 일자리 동향을 기업별로 파악할 방침이다.
문재인정부가 임기를 시작하기 무섭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가자 발빠른 기업들은 맞춤형 대책을 내놓고 있다.
황각규 경영혁신실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지난해 10월 국민께 약속드렸던 혁신안을 실천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앞으로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3년간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고용창출과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총수와 최고위층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롯데그룹은 ‘3년 내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실태파악에 돌입했다. 일단 각 계열사별로 조사를 진행한 뒤 그룹에서 취합해 전체적인 로드맵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5월23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를 설립해 오는 7월부터 103개 하청 대리점 소속직원 5200여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사측은 46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업 간 사업의 영역이 다른 점을 감안한 일자리 대책과 속도 조절을 위한 적극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높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일단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고 기업별 현황을 직접 챙긴다고 하니 일단은 따르겠지만 기업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도 있는 만큼 이쪽과도 소통하면서 단계와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근로조건을 보호할 필요는 있지만 기업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인식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J노믹스 동조
삼성전자는 지난 5월25일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기조에 동조하는 구상을 내놨다. 6월1일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에 지급하는 혁신적 물품대금지급 프로세스를 시행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하나·신한·국민은행과 총 5000억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해 1차 협력사가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무이자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물대지원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신청을 하면 2차 협력사간 월평균 거래금액 내에서 현금 조기지급에 따른 필요 금액을 1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제도로 필요할 때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물품대금 현금결제의 물꼬를 트는 등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며 “1차 협력사들도 물대지원펀드를 적극 활용해 물대 현금지급 패러다임을 정착시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 5월23일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와 함께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J노믹스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CJ는 일·가정 양립지원, 유연한 근무환경, 글로벌 역량 강화 등을 세 축으로 하는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이를 통해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그레이트CJ 비전을 달성하고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가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GS그룹도 J노믹스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5월17일 그룹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GS 밸류 크리에이션‘에서 “현장에서의 변화와 혁신이 일자리 창출의 밑거름이 된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소명인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