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시행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비자 편의를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과 ‘친환경을 위한 공익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대립했고 영업장 내 혼선도 빚어졌다. 시행 7개월이 지난 현재, 해당 정책은 서서히 자리를 잡는 모양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잡음이 나온다. 또한 올해 일회용품과 관련된 또 다른 규제가 시행될 조짐이라 자영업자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머니S’가 일회용컵 사용 규제 후 달라진 커피전문점 풍경을 취재했다. 또 사용 규제에 따른 찬반양론, 일회용품 규제 강화 시의 후폭풍, 해외에서는 어떻게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는 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사진=뉴스1 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지난해 일회용컵 사용규제로 국내 커피숍은 한바탕 소란을 치렀다. 카페 내부에서 플라스틱컵 사용이 어려워지자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왔고 각 회사별로 대응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다행히 일회용컵 규제에 따른 잡음은 시행 7개월이 지나면서 다소 잠잠해졌고 규제책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하지만 올해 더 강력한 규제책이 시행될 수 있어 자영업자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정부는 올해 일회용품 실태조사에 들어가 규제대상 품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유력 대상은 일회용 배달용기,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종이컵 등이다. 모두 자영업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품목이라 상인들의 한숨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용품 규제? 배달업계 ‘혼란’
지난해 8월2일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은 일회용컵 사용금지다.
문제는 앞으로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사용금지와 함께 일회용품 규제를 연내 더 강화할 태세다. 그동안 규제대상에 빠졌던 품목에 대한 실태조사 후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규제품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규제대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 정부의 환경정책 기조가 일회용품 감축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연내 추가적인 규제대상이 정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자영업자들은 반발한다. 일회용컵은 카페 내부 대면고객의 협조로 어느 정도 잡음을 줄일 수 있지만 일회용 배달용기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배달손님 위주로 운영되는 음식점은 일회용품 사용억제에 따른 타격이 크다. 배달업 특성상 일회용 용기가 아니면 그릇을 다시 수거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의 한 중식집 사장 김모씨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면 그릇을 쓸 때보다 재수거 부담이 덜해 배달이 원활해졌다”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라면 못할 것 같다. 배달기사들도 현재의 루트(일회용 용기 배달)에 익숙해 한다. 대안 없이 일회용 용기를 쓰지 말라는 건 배달업종 다 죽으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족발집 포장 할인 문구./사진=김정훈 기자
일회용품 사용규제는 방문포장 시 혜택을 받던 소비자할인도 없앨 수 있다. 종각역 인근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점주 서모씨는 “방문포장용기는 대부분 일회용품”이라며 “앞으로 (일회용 용기) 사용이 어려워지면 지금처럼 2000~3000원의 할인혜택도 없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음식용기 일회용품 사용금지는 장기적으로 배달료와 음식값 인상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점주 박모씨는 “배달 건당 2000~3000원을 지불하는데 ‘그릇 수거’는 이들이 따로 계산할 것 아닌가”라며 “배달료가 뛰면 음식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배달대행업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따라 전문 배달기사들의 수수료가 증가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많은 자영업자가 배달대행을 포기하고 다시 자체 ‘알바’를 고용해야 할 수도 있다.
배민라이더스 측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쇼핑모인 배민상회에서 친환경소재로 만든 포장용기 판매를 준비 중”이라며 “배달용기 규제와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나온 것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일회용품 규제 시 가장 유력한 대안은 친환경용기뿐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기존 용기보다 비용부담이 커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무조건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나무젓가락 없는 치킨배달
교촌치킨 나무젓가락 공지./사진=교촌치킨 홈페이지
일회용품인 나무젓가락도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는 7개 치킨프랜차이즈와 협약을 맺고 배달 시 나무젓가락과 1회용 비닐 등 일회용품 제공을 자체적으로 줄이라고 요청했다.
이미 교촌치킨 등은 공지를 통해 나무젓가락을 배달품목에서 뺐다. 하지만 일부 가맹점은 여전히 나무젓가락을 치킨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점주들은 소비자 항의가 이어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광동에 위치한 교촌치킨 가맹점주는 “배달 주문 시 나무젓가락 불포함 여부를 설명하지만 고객 30%는 반발하는 상황”이라며 “본사 요청(일회용품 감축)이 있지만 당장 실행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도 걱정이다. 스타벅스는 자체적으로 종이 빨대를 제공하는 등 규제에 미리 대비했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소규모 커피숍들은 플라스틱 빨대가 규제대상에 포함되면 종이 빨대 등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보다 자재값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이컵 보증제 부활할까
사진=김은옥 기자
일회용 ‘종이컵’ 사용규제도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음료 종이컵 대부분은 내부에 플라스틱 코팅이 돼 있어 ‘순수 종이’로 보기 어렵다. 코팅된 종이컵은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만 환경부는 일회용 종이컵 규제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 구입 시 판매가에 컵 보증금 가격을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구매자는 사용 후 일회용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일정 보증금(50~100원)을 돌려받는다. 2002년 이미 도입된 바 있으나 컵 회수율이 30% 이하로 떨어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반환되지 않는 보증금이 사실상 업체 수익으로 돌아가는 등 잡음이 커져 결국 2008년 폐지됐다.
환경단체들은 기존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판매자 의무수거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반발만 초래할 수 있어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회용품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장례식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장례식장은 원칙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지만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일회용품에 한해서는 사용이 허용된다.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1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가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에도 제약을 가할 시 그릇을 일일이 설거지해야 하는 등 상조회사 파견직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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