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뤼디거, 대인배적 면모 "몇몇 바보만 범인인 것 알아… 응원에 감사"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 /사진=로이터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가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성 행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첼시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멀티골을 터트린 윌리안의 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런던 라이벌에게 거둔 값진 승리였지만, 첼시 선수들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경기 도중 일어난 인종차별 행위 때문이다.


발단은 손흥민으로부터 시작됐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16분 상대 진영에서 뤼디거에게 걸려 넘어졌다. 손흥민은 곧바로 뤼디거를 향해 누운 상태에서 발길질을 했고 뤼디거는 가슴 부위를 가격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VAR 판독을 거쳐 손흥민에게 즉각 퇴장 명령을 내렸다.

토트넘 팬들은 뤼디거에게 분노를 나타냈다.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경기장에 모인 토트넘 홈 관중들은 뤼디거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욕설과 노래를 쏟아냈다. 일부 관중들은 원숭이 소리를 내거나 라이터 등 이물질을 던지기도 했다. 극렬한 행위로 인해 테일러 주심은 잠시 경기를 중단시켜야 했다.

힘든 경기를 치뤘지만, 뤼디거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토트넘 전체를 탓하고 싶지 않다. 단지 몇 명의 바보가 범죄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며 "지난 몇 시간 동안 많은 토트넘 팬들이 SNS 등을 통해 응원을 보내왔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그는 인종차별 행위가 경기장에서 사라져야 함을 강조했다. 뤼디거는 "축구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다시 보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 후에 다시 잊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죄인을 발견해 처벌하기를 원한다. 토트넘 홈구장 같은 현대적인 축구장에서는 이를 찾아 징계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경기장에서 이 사건을 보고 들은 모두가 증인이 되 주길 바란다"라며 "2019년에도 인종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침을 던졌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행위와 관련해 선수협회도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토트넘-첼시전이 끝난 뒤 공식 성명을 통해 "축구와 관련된 모든 관련단체와 기관은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번 경기를 포함해 경기장 내 인종차별에 대한 정부 조사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