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모든 공인중개사들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다. 해당 법안과 관련해 프롭테크(부동산IT서비스)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프롭테크 규제 목적" vs "무질서한 중개 행위 정화"
(2) "밀리면 죽는다"… 공인중개사협회-프롭테크업계 '생존 경쟁'
(3) 공인중개사협회, 단일 법적단체 행정권 법제화 추진


전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모든 공인중개사들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다. 특히 해당 법안과 관련해 부동산 플랫폼 '직방'을 필두로 한 프롭테크(부동산IT서비스)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모두 11만9000여명으로, 이 중 협회 가입 회원 수는 11만4000여명이다. 나머지 5000여명 중 1000여명은 민간단체인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됐고 4000여명은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현재 자격증을 취득한 공인중개사 수는 50여만명으로 협회 미가입자 비율은 77%에 달한다. 개입 공인중개사로 따지면 미가입 비율은 3%대에 그친다. 그만큼 회원 수 증가로 협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협회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개업자들의 의무 가입은 궁극적으로 협회의 행정권한을 강화해 중개사들을 직접 규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성남분당을)은 "과거 타다, 로톡 사태처럼 관련 협회가 플랫폼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던 것과 달리 공인중개사협회가 프롭테크 업체를 직접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새 공인중개사법, 어떤 내용 담고 있나
김병욱 의원이 지난 10월4일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아직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사무소를 개설 등록하려면 업무 개시 전 협회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이미 영업 중인 비회원도 개정법이 시행되면 6개월 이내에 협회에 강제 가입해야 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인중개사협회가 법에서 정한 사항에 대해 회원을 지도·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회원에 대해 협회가 시·도지사,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정부기관이나 금융감독원 등 민간 관리·감독기구처럼 형사고발 권한도 가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 시·도지사, 등록관청은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업무 일부를 공인중개사협회에 위탁할 수 있다.

현재는 공인중개사협회 회원 가입이 임의규정이고 협회가 회원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도·관리의 제도 장치가 없어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무질서한 중개행위가 국민 재산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켰고 내부 정화작용이 어렵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김병욱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의무 가입을 강제하는 다른 전문자격사 제도와 형평성을 고려하고 공인중개사의 품위 향상과 부동산중개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중개사가) 개설 등록하는 경우 협회에 의무 가입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프롭테크 규제" vs "차별·규제 있을 수 없어"
이와 관련 한국프롭테크포럼은 이번 법안에 대해 '부동산판 타다금지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안의 목적이 표면적으론 불법 중개행위 규제이지만 공인중개사협회 이익에 반하는 회원에 대해 부당한 실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합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프롭테크업계의 주장이다.


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사적 단체에 행정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로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영업행위임에도 교란행위를 빌미로 징계할 수 있다"면서 "현재도 협회 가입 여부에 따라 지역 내 카르텔을 형성해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고 폐쇄적인 중개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인중개사업계는 지역 내 친목회와 단톡방 등을 이용해 부동산가격을 담합하거나 자체 윤리 규정을 운영하면서 '회원 재판'을 실시한 사실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해당 법안의 목적이 되는 무자격자 중개 행위의 경우 현행법에 따라서도 협회에 단속 요청이 가능하고 개업 공인중개사를 관리하는 협회가 무자격자의 자정 대상은 아니라고 프롭테크업계는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법안 내용에 프롭테크 규제로 우려할 만한 사항은 없다고 본다"면서 "민주당은 플랫폼 스타트업의 혁신 법안을 지속 추진해왔는데 프롭테크업계가 '제2의 타다' '제2의 로톡' 사태로 끌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프롭테크 대표 업체인 직방의 안성우 대표와도 직접 만나 이 같은 법안의 취지를 잘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공인중개사협회도 회원들을 상대로 차별적 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직방·다방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자신들의 영업활동을 위해 비싼 광고비를 부담하면서도 플랫폼에 의존하는 형태가 됐는데 이것을 행정권한이란 명분으로 차별하고 규제한다면 가만히 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