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우선 확산하고 있는 위기의 불씨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단기자금 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최근 회사채 시장·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알파(+α)'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최근 레고랜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증권) 보증 채무 상황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혔다가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된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단기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4.30%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1월21일(4.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난달 28일까지만 해도 회사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5.342%, BBB- 등급 3년물 금리도 11.202%에 그쳤지만 지난 21일 각각 5.736%, 11.591%로 급등했다.
장기 금융시장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632%로 2011년 3월8일(4.680%)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추 부총리를 포함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비상 회의를 열고 급히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날(24일)부터 시공사 보증 PF-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하고 다음달 초부터는 캐피탈콜(펀드 자금요청)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를 활용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번 대책에는 빠졌지만 앞으로 이번 방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은이 지난달 두번째 빅스텝을 밟으며 통화 긴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같은 유동성 지원이 일관적인 정책에서 벗어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총재는 "오늘 발표한 시장 방안은 최근 ABCP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 대한 미시적 조치"라며 "거시적 측면에서의 통화정책에 대한 운영과 배치되거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당국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이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된다.
고수익을 노리고 부동산 PF 시장에 뛰어든 증권사를 돕기 위해 정부와 당국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들의 재기를 도와야 하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