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9일 촬영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현장. /사진=신유진 기자
분양시장 지표로 불린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에 수요자들이 다시 관심을 보였다. 평균 청약 경쟁률 5.4대 1로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표적에 가까운 정부의 규제 완화로 기대감이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1·3 대책을 통해 강남3구(강남·송파·서초)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줄였다. 특히 분양가 12억원 이상 아파트에 적용하던 중도금 대출 규제를 폐지하면서 둔촌주공 84㎡(이하 전용면적)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다. 1·3 대책을 '둔촌주공 구하기 대책'이라고 해석한 이유다.
기대감 커진 조합
지난 1월9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1월9일 둔촌주공 조합사무실 맞은 편에 위치한 올림픽파크 포레온 아파트 공사 현장. 모델하우스 입구엔 주차관리 직원과 분양단지 홍보품을 나눠주는 관계자들이 있었다. 계약 일정에 맞춘 정부의 맞춤 설계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정작 현장은 차분했다.
모델하우스와 신호등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둔촌주공 조합 사무실 역시 드나드는 인적이 없었다. 청약을 앞뒀던 지난해 말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다만 조합 관계자들이 모인 사무실 분위기는 기대감 탓인지 밝았다.

한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로 계약률이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완판까지 이어진다는 얘기도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규제 전후로 조합 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긴 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분양권 팔까요?"
지난 1월 9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사진=신유진 기자
둔촌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 역시 정부의 대책 발표 이전보다는 확실히 기대감이 높아졌다. 문의도 많이 늘었다는 게 이 지역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다만 시장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다 일부에선 자칫 "초를 칠 수 있다"며 스스로 입단속을 하는 모양새다.
지역 중개업소에는 벌써부터 분양권 전매를 묻는 당첨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이미 웃돈(프리미엄)이 1억원 정도 될 것이라며 분양권 매매를 부추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첨자라며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 중엔 상당수가 계약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입주까지 계약을 유지할지, 분양권으로 되팔지를 묻는 문의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당계약 기간 내 계약은 하되, 오는 2월9일로 예정된 동·호수 추첨 결과를 본 후 계약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당첨자도 있다"며 "예비 순위를 받은 이들의 문의도 온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인중개업소 문엔 '매매 13억', '매매 14억', '추분(추가분담금) 1.5억·1.9억 로열동, 로열층' 등 조합원들의 분양권 매매 관련 전단지가 붙어있다.
'떴다방' 등장… "대출이자 부담에 분양권 넘길 듯"
지난 1월9일 촬영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사진=신유진 기자
이날 모델하우스 현장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들도 등장했다. 떴다방은 당첨자라고 밝힌 이들과 대체로 분양권 전매 관련 얘기를 나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떴다방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매수 희망자들이 많아졌고 당첨자 중 분양권을 넘기려는 이들도 있다"며 "중도금 규제마저 풀렸음에도 높은 대출이자 부담에 분양권을 넘기겠다는 당첨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청약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정당계약은 지난 17일까지 진행됐다. 분양가는 84㎡의 경우 12억3600만~13억2040만원 선으로 1·3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올랐고 중도금 대출도 모두 가능해졌다.

지난 1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일반분양 계약률은 약 70%로 추정됐다. 일반분양 물량 4768가구 중 약 1400가구가 미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면적과 타입에 따라 계약률 편차도 컸는데 소형 타입은 계약률이 낮았고 중형 타입은 계약률이 90%를 넘어 가장 높았다. 대형 평형으로 보는 84㎡ 일부 타입은 계약률이 절반을 넘기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선방했다는 의견과 실패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부동산 경기 전망이 안 좋은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의견과 대대적인 대출 규제 완화에도 계약률이 기대보다 낮았다는 시각이 있다. 정확한 계약률은 무순위 청약이 진행될 때 공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