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그룹이 메타버스를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한컴 프론티스도 내년부터 한컴이라는 간판을 내린다. /사진=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한컴)그룹이 공들여 육성하던 메타버스 자회사 '한컴프론티스'가 내년부터 한컴 간판을 내린다. 한컴그룹이 일찌감치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만큼 한컴프론티스는 이번달까지만 한컴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김상철 한컴 회장이 직접 미래 먹거리로 꼽은 사업이었지만 시장 불황과 적자가 이어지자 문을 닫게 됐다. 한컴은 안 되는 사업 대신 인공지능(AI)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대적인 AI 확장 전략으로 수익 창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한컴 프론티스는 2024년부터 정현석 대표 독립 경영체제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컴 브랜드 없이 사업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다트에 따르면 한컴 그룹의 한컴프론티스 지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2.45%다. 지난해 말까지 지분율이 46.52%에 달했지만 메타버스 불황이 지속되자 사업에 정리에 나선 영향이다.

한컴 그룹은 2021년 7월 한컴프론티스(당시 사명 프론티스) 지분 55%를 사들여 한컴MDS의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메타버스는 한컴의 주요 사업으로 부각됐다. 김연수 대표가 2021년 11월 주주서한을 통해 비대면 시대에 대비한 메타버스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상철 회장 역시 메타버스에 대한 애정이 컸다. 김 회장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미국 메타버스 기업 인수 계획까지 언급했었다.


한컴은 지난해 체질 개선에 필요한 실탄 95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컴MDS와 자회사를 대거 매각했지만 한컴프론티스는 지분 46.52%를 취득해 연결 자회사로 남겼다. 그만큼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생각했다는 의미다.

한컴프론티스는 인수 당시 메타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메타버스 서비스 '싸이타운'을 담당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열풍이 식으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2021년 연결기준 순손실 1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지난해도 10억원의 손실을 봤다. 적자 폭은 축소됐지만 매출(43억원)이 전년과 견줘 62% 줄었다. 돈을 벌지 못하면서 현금성 자산도 2021년 8억원에서 지난해 1억원 미만으로 급감했다.

적자가 쌓이던 한컴프론티스가 정리 수순을 밟게된 이유다. 한컴프론티스는 최근 웹3.0 디지털 자산 지갑 플랫폼 '빗썸 부리또 월렛'을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업 로똔다와 웹3 생태계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홀로서기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선 한컴이라는 배경 없이 잘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엿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한컴이 주력하던 메타버스를 포기해서 안타깝지만 프론티스 역시 한컴과 분리돼 각자도생하는 것에 불안해하는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컴은 AI를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꺼내 들었다. 적자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김연수 대표가 직접 지난 11월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상반기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 '한컴 어시스턴트'를 출시하고 5년 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마크(IMARC)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은 103억달러(약 13조7000억원)에서 2028년 304억달러 (약 40조4000억원)로 연평균성장률 20.01%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