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철수 /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배우 임철수 /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04년 연극 무대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임철수. 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혀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 '정숙한 세일즈' 등에서 코믹한 감초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최근 종영한 '미지의 서울'에서 새로운 변신에 도전했다. 웃음기를 지우고 냉철한 눈빛을 한 변호사 이충구로 분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것. 임철수가 연기한 이충구는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선천적인 장애가 있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판에서 이기고 마는 변호사다. 자신을 롤모델이라며 따른 이호수(박진영 분)가 자신의 방식을 거부하자, 직접 상대 변호사가 되는 이충구. 그는 이호수를 더 강하게 압박하며 몰아세우지만 결국 이호수가 사람과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받아들이게 된다.

최근 뉴스1과 만난 임철수는 '미지의 서울'이 새로운 도전이었다면서, 부담보다 시청자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 궁금증이 더 컸다고 했다. 임철수로서 배운 것, 또 이호수와 그를 연기한 박진영을 만나 배운 것을 돌아봤다. '미지의 서울'은 그에게 배움과 새로움을 안긴 드라마였다.

<【N인터뷰】 ①에 이어>


- 휠체어에서 연기한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쓰는 등 다른 점이 많다. 관련한 학문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여쭤보기도 했다.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아서 동작으로도 연기를 많이 했다. 동선의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점에 집중했다. 충구는 평생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앉아서 서 있는 사람을 보면서. 설득하고 교감하고 이해하는 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충구는 동등한 위치에서 눈을 보려고 지팡이를 쓰게 됐을 것 같더라. (박) 보영 씨를 만났을 때도 곧바로 앉으라고 하는 장면도 있다.

배우 임철수 /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 함께 연기한 진영은 어떤 배우인가.

▶작품 전에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고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정말 배울 게 많았다. 진영이가 실제로 맑은 아이다. 맑고 투명한 아이다. 눈도 너무 투명하다. 그렇게 눈이 투명한 사람은 처음 봤다. '너 진짜 눈이 투명하다'고 실제로 많이 말했다. 사람이 산 게 연기에 묻어나는 것 같다. 배우가 아니라 배역으로서 역할에 집중하더라. 연기는 협업, 교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진영 씨도 보영 씨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흐름이 가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좋은 호흡을 만들려고 충실하더라. 많이 배웠다.

-가까운 동료 송중기, 박해수 등 주변 동료들의 반응은.

▶박해수 배우가 진짜 '철수야 되게 좋더라'고 연락을 해줬다. 20년을 봤는데도 새로운 모습이 있다고 해줬다. 서로 연기를 보고 매섭게 말해줄 수 있는 사이인데도 정말 따뜻하게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

배우 임철수 /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드라마다. 임철수에게 위로가 된 것은 무엇이었나.

▶단순하고 일상과 가까운 장면에서 위로를 느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떠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나, 가만히 땅을 쳐다보던 신들이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순간에 더 뭉클함을 많이 느낀 것 같다. 그런 점을 감독님이 공들여 찍어주신 것 같다.

-연출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박신우) 감독님이 정말 딱 허를 찌르는 코멘트를 해주실 때가 많았다. 그 디렉팅을 듣기 전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배우보다 배역이 잘 보이도록 해줬다. 나도 배우로서 많이 준비해서 갔는데 현장에서 단 한마디의 디렉팅을 듣고 확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극 중 모든 인물이 자신의 결핍,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임철수에게도 그랬던 순간이 있나.

▶예전에 어떤 작품을 기다리면서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했다. 그러다가 결국 못했다. 사람인지라 '이 일이 안 맞나' 하는 고민도 했다. 워킹홀리데이를 갈 수 있는 나이여서 다른 일을 할까, 해외를 나갈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황정민 선배가 방송에 나와 오디션에서 100번 정도 떨어졌다고 하시더라. 그때 내가 80번 정도 떨어졌을 때인데, 그 뒤로는 숫자를 세지 않고 열심히 했다.(웃음)

배우 임철수 / 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지금은 안정적인가.

▶여전히 불안하기도 하고 작품 수가 줄거나 다음 작품이 있을지 모르는 건 여전하다. 그래도 이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에 더 집중하게 된다. 하루살이 같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고 이 압박감을 즐기려고 한다.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인가.

▶두 작품이 있는데 다 다르다. 엄청난 변신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제게는 너무 새롭고 안 해본 캐릭터다. 좋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신나게 준비해 보려고 한다.

-'미지의 서울'은 임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임철수로서 어떻게 가치판단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다. 이충구라는 사람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승소하는 인물이다. 누군가에게는 '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선'이다. 틀리지 않았다고 그걸 옳다고 할 수 있나, 옳은 게 선이고 그른 게 악이기만 한가.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는데 그거 말고 교차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살면서는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중간도 있고, 상대방에 맡겨도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