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의 새 사업자로 기존 사업시행자였던 인창개발의 관계회사 케이앤트가 다시 선정됐다. 사진은 파주 운정신도시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의 주상복합용지 개발사업을 위한 새 사업자를 공모한 결과 기존 시행자인 인창개발 총수 일가의 회사가 다시 선정됐다. 인창개발은 토지대금 중도금과 잔금 등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던 업체다. 부동산 업계는 유동성 문제로 사업을 포기한 당사자가 다시 사업에 참여하게 된 데 대해 절차의 불합리성을 제기하고 있다.
2일 부동산 업계와 LH에 따르면 전날 오후 마감된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1·2·5·6블록) 입찰에서 케이앤트가 사업시행자로 낙찰됐다. 낙찰금액은 총 5000억원 수준이다.

공급 대상은 1656가구로 공급 예정가는 약 4500억원이었으나 경쟁 입찰 과정에서 케이앤트가 10%(500억원)가량을 추가 투찰해 낙찰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앤트는 김영철 인창개발 회장 일가의 회사다. 김 회장 측은 인창개발 외에 케이앤트 등 23개 법인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회사 간 지분이 없어 케이앤트가 인창개발의 직접 계열사는 아니지만 이들 회사는 수평 구조의 기타특수관계인으로 묶인다.

앞서 인창개발은 2021년 12월 LH로부터 해당 부지를 7260억원에 낙찰받았으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계약금 726억원(매입대금의 10%)만 납부하고 중도금을 치르지 못했다.

연체이자가 계약금을 초과하며 올 초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 LH는 지난 5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사업 중단 5개월 만인 10월에 1300명 넘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계약 취소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인창개발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통보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당첨자 명단 제출을 지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등은 당첨자 명단을 확보하지 못해 우선공급 대상자 현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현행 법상 계열사나 자회사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이 같은 결과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지만 계열사에 입찰 제한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공모 공고를 내면 각 업체가 개별 자격으로 참여하는 구조여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운정중앙역 역세권인 파주운정3지구는 2022년 6월 사전청약 당시 경쟁률이 최고 40대 1을 넘어 '로또 청약'으로 불렸다. 2027년 입주 계획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인창 측이 최근 다른 사업을 통해 자금 조달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에도 여러 사업지에서 연체 사례가 많았던 만큼 자금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인창개발은 파주운정신도시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2310만원, 499억원이다. 인창개발은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기 위해 LH를 상대로 700억원대 위약금 반환 소송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