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고덕아르테온'(4066가구·2020년 입주)은 사유지 내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외부인 출입 규제를 강화했다. 고덕아르테온 측은 지난달 인근 단지들에 공문을 보내 중앙보행로를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외부인 통행과 시설 이용을 금지하고 규정 위반 시 질서유지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공문에는 입주민과 동행하지 않은 외부인 출입은 시설 이용 목적과 관계없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동킥보드·전동자전거를 타고 단지를 통행한 외부인에게는 20만원이 부과된다. 단지 내 흡연, 반려견 배설물 미수거, 놀이터 등 제한구역 출입 시 10만원을 내야 한다. 단지 측은 "외부인의 단지 이용에서 소란, 이물질 투기, 시설물 훼손 등이 반복됐다"며 "질서 유지와 안전 확보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고덕아르테온의 통행 제한은 올 들어 잇달아 발생한 사고들이 계기가 됐다. 지난 여름 인근 단지 입주민 자녀가 고덕아르테온 지하 주차장에 무단 출입해 소화기를 난사한 사건이 반복됐고, 지난 1월엔 다른 인근 단지 입주민이 중앙보행로 보도블록 단차에 걸려 넘어지면서 아파트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했다.
━
구청 "질서유지부담금 실효성 없어"━
고덕아르테온 인근 단지인 고덕그라시움 관리지원센터는 "등하교 시간 많은 아르테온 학생이 우리 단지를 통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입주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최근 공지했다.
그러나 실제 외부인을 대상으로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할구청인 강동구청 관계자는 "단지의 부담금 부과 규약은 실질적인 효력이 없다"며 "선언적 의미에서 인근 단지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현재 고덕아르테온이 신청한 외곽 펜스 설치 등 행위허가에 대해 검토 중이다. 공공 보행로는 지속 개방될 수 있도록 법 준수를 유도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고덕아르테온 입주민과 인근 주민 간 갈등 중재를 위해 간담회를 개최 중"이라며 "공공보행통로 이용 관련 안내문 설치·배포 등 캠페인을 병행하며 단지 내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동구에 따르면 고덕아르테온 중앙보행로는 '고덕택지 제1종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공공보행통로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됐다. 24시간 공공 개방이 의무화됐다. 고덕아르테온 측은 보행로 제공을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사실이 없어 기부채납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부 개방형 보행로 조성을 조건으로 서울시 재건축 승인을 받은 만큼 사실상 기부채납 성격의 공간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
재건축 땐 '공공개방' 준공 후엔 '출입금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1990가구·2023년 입주)는 용적률 혜택을 받았지만 외부인 출입으로 불편을 호소하며 외곽 담장 설치를 추진 중이다. 준공 후 사유지 논리로 공공의 통행을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해당 단지 입주민이 느끼는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부동산경영학회장)는 "건축허가 시 공공보행통로 제공을 조건으로 승인받았다면 해당 도로는 공공에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용 주체들도 인근 주민의 주거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책임 있게 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들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보행로 문제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