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모간스탠리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원화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약세를 보였다"며 "내년에는 펀더멘털 회복이 추가 약세 압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어 원화 반등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원화는 올해 하반기에 과거 10년 평균 대비 가장 약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7월1일 이후 원화는 USD(미국달러) 대비 -7.75% 하락했다. 연초 이후 상반기까지 8.7% 상승했던 원화는 하반기 약세로 상승분을 반납해 보합권에 머물러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하반기 평균 대비 약 두 배 약한 흐름을 보였다.
기초체력과 통화정책 측면에서 올해 원화에 불리한 환경이 형성돼서다. 보고서는 한·미 성장률 격차를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1%로, 미국 전망치 2.0% 대비 낮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확대도 짚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로 인하함에 따라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 폭인 200베이시스포인트(bp)까지 확대, 지난 9월에는 175bp로 축소됐다. 금리 격차 자체가 자본흐름과의 상관관계는 약하지만 경계 심리와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원화 약세는 중장기적으로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보고서는 "자본흐름이 원화 방향성의 핵심이며 내년에는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원화 저평가가 조정될 것"이라며 "원화 약세는 외국인 유입 측면에선 부정적이지만 코스피에는 최근 들어 과거 대비 민감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모간스탠리는 내년 원화 약세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앞서 말한 올해 전망치 1.1%보다 높다. 보고서는 내수 중심으로 회복 폭이 확대되며 수출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Fed(연방준비제도)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내년 중반 한·미 금리차는 50~75bp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2022년 이후 제일 낮은 수치다.
더불어 주식시장과 환율 관계가 약화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2023년 이후 환율과 코스피의 상관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상관계수는 -0.74로 비교적 높았다. 그러나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상관계수 -0.14로 약화했으며 원화 약세를 보였음에도 코스피는 이전에 비해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2200~2700 박스권에 머물렀다.
올해에는 원화 약세에도 코스피는 부정적인 환율 영향을 무시하고 상승세를 지속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을 기록했으나 코스피는 오히려 더 상승했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자본시장 개혁 정책 지원 기대 ▲연말 AI(인공지능) 슈퍼사이클 낙관론 관련 국내 기술주 기대감 등의 영향이다. 한국의 구조적 성장 동력이 환율 영향력을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원화 약세는 올해 지속됐으나 수출 회복, 성장률 반등, 금리차 축소, 자본흐름 개선 등 요인으로 내년에는 원화 강세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시장에는 환율이 더 이상 핵심 변수가 아니며 구조적 성장 테마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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