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는 정부가 지난 8월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석화업계를 살리기 위해 기업들에 자구안을 요구한 지 4개월 만에 열렸다. 자구안 제출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이날 패널 발표에는 현장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오옥균 HD현대케미칼 부사장과 이경문 S-OIL 상무가 참석했다. HD현대케미칼은 지난달 26일 대산산단에서 롯데케미칼과 시설 통폐합을 추진하기로 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두 기업의 통폐합은 정부가 설정한 270만~370만톤 규모의 에틸렌 감산 목표를 맞추기 위한 조치다. 대산산단 구조조정으로 최대 110만 톤의 감산이 가능해진다.
오옥균 부사장은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복합위기 상황"이라며 "지난 3년간 법인세와 지방소득세가 '0원'이었고 서산시는 대산산단을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석유화학특별법이 입법됐다"며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주면 3년 안에 체질을 단단히 조여 회복한 뒤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HD현대케미칼은 정부에 세제 지원, 기업 차입금 해소를 위한 금융 지원, 친환경 제품 설비 투자 지원 등을 요청했다. 오 부사장은 "석유화학 산업은 에너지 과소비 산업"이라며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샤힌 프로젝트에 9조3000억 원을 투입했고 TC2C 도입을 통해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을 절감한다"며 "사우디와 한국 간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출발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석화 산업이 구조적 공급 과잉에 직면해 있지만 정부의 구조조정은 단순 감산이 아니라 산업 고도화"라고 말했다. 사실상 에틸렌 감산 요구에 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발언은 샤힌 프로젝트의 증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중국 등 경쟁국이 대규모 증설을 하는 상황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첨단·고효율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샤힌 증산이 정부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에틸렌 감산을 통한 공급 과잉 해소와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S-OIL은 샤힌에 첨단 기술이 적용된 만큼 정부 요구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질의응답에서 샤힌 감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이 상무는 "울산산단 3사가 공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타사의 감축 동향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현재 S-OIL과 컨설팅 중인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은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유화는 수요처 물량만큼만 생산 중이고 SK지오센트릭은 산단 내 가장 낮은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S-OIL이 샤힌 증산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다른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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