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내년 말까지 코레일과 SR의 완전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내년 3월부터 두 개 고속철도의 교차 운행을 실시한다. 수서역에서 KTX를, 서울·용산역에서 SRT를 탑승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관 통합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2013년 12월 SR을 설립(분리)한 이후 12년 동안 두 기관은 지속해서 통합 논의를 추진했지만 노사 합의에 실패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KTX의 적자 노선을 SR이 상쇄해야 하는 구조 문제가 있고 이는 두 기관의 임금 등 처우 문제로도 연결된다"면서 "교차 운행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기관 통합까지 가는 데는 아직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선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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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SRT 10년 만에 다시 통합 왜 ━
현재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용량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차량 추가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955석(20량)의 KTX-1을 수서발 노선에 투입해 좌석 공급을 늘린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약 410석(10량)의 기존 SRT 열차 대비 1편성당 좌석 공급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통합 이후 하루 1만6000석의 좌석 증가 효과를 추산했다.
코레일과 SR의 통합 운영 시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인건비·설비비 등 중복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국토부가 2021년 진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철도 통합시 연간 최대 406억원의 중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통합 이후 운임 인하 효과도 기대했다. KTX 운임을 10% 할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SRT 운임이 KTX보다 약 10% 저렴한 것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업계는 경쟁 체제를 도입한 당시에 구조 문제가 됐던 코레일의 부채비율과 예산 등을 해결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레일은 부채비율이 2020년 242.1%에서 지난해 265.4%까지 상승했다. 올 상반기 누적 부채는 21조1844억원에 달한다. 투자 부족과 안전관리의 부실로 사고가 잇따라 지난 8월 경북 청도에선 선로 작업 도중 7명 사상 사고가 발생했다.
독점 체제 전환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와 지속되는 철도 파업으로 교통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당초 경쟁 체제를 도입한 취지가 경영 합리화를 유도하고 코레일의 적자를 줄이는 데 있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넓어지고 요금 인하 효과가 있지만 '좌석 확대'만을 이유로 기관 통합을 추진하는 건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통 정책 전문가들은 근거 자료의 부재도 지적한다. 강 교수는 "운영 통합을 시행한 후에 기관 통합을 결정해야 하는데 객관적 자료와 사회적 토론이 생략돼 향후 논란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며 "요금 체계 개편이나 병목 구간의 선로 확충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도 "KTX와 SRT는 서로 비교 대상이 되면서 일부는 경쟁과 서비스 품질 개선 효과를 만들어냈다"며 "두 노선이 강남·강북에 위치한 지역 특성이 있어 완전한 경쟁 구도가 되기는 어렵지만 통합만을 전제하는 방식은 정치적"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독점 공기업의 탄생 시 서비스 품질 하락과 방만 경영 등 리스크도 안고 가야 한다. 김 교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통합된 사례를 봐도 투자와 해외 개발 등 역량은 약화됐다"며 "노조 간 반목이나 출신 배경에 따른 내부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코레일과 SR의 통합은 공사와 공공기관 간 통합이어서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민간 대비 많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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