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세계의 근육들과 당당히 겨룰 것"
나라 안팎에서 부는 웰빙 바람이 언제부턴가 몸짱 열풍으로 바뀌며 갈 수록 거세지고 있다. 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는 멋진 남녀 배우들의 조각 같은 몸매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동네 헬스장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고 있다. 이런 몸짱 열풍은 쉽사리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몸짱 열풍이 거세어지기 전부터 ‘보디빌딩’에 매료되어 바벨과 덤벨의 묵직함과 사랑에 빠져버린 사람이 있다. 외국의 거대한 '근육들'이 헤라클래스같은 몸매를 뽐내는 세계 프로 보디빌딩대회. 바로 그곳에서 당당히 우승, 태극기를 올리는 꿈을 지닌 김자묵(25ㆍ여주대학교 자동차과) 씨를 만나 그가 몸 만들기를 시작한 동기와 꿈을 향해 가는 일상에 대해 들었다.
몸짱으로 다시 태어나다
김씨는 7년 전인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작고 호리호리한 체구를 지닌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TV를 통해 세계 프로 보디빌더들의 시합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빼빼 마른 소년이 어설프게나마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보디빌더들의 시합을 본 이후, 김씨는 학교가 끝나면 뒷산 약수터에 들러 하루에 한시간씩 운동을 했다고 한다.
이런 김씨가 본격적으로 보디빌딩을 시작하게 된 것은 군복무 시절이었다. 당시 김씨가 생활하던 내무실에 입대 전 보디빌딩을 하던 선임이 있었다. 평소 김씨를 눈여겨보던 선임은 부대 내에 마련된 체력 단련장에서 김씨와 함께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김씨에게 있어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선임이 알고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운동을 하니 혼자서 약수터를 전전하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근육이 붙었다고 한다. 김씨가 프로 보디빌더를 향한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전역 후 김씨는 학교를 휴학하고 보디빌더와 헬스 트레이너들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에 들어가 6개월 동안의 교육과정을 거친다. 부푼 꿈을 안고 교육기관에 들어간 그는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격렬한 운동 시스템에 적응하기 매우 힘들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을 방불케 하는 훈련의 연속이었기에, 김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를 악물며 스스로를 독려했고, 덕분에 김씨는 6개월간의 교육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교육과정을 마친 김씨는 예전의 빼빼 말랐던 소년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탄성을 자아낼 만큼 멋들어진 몸매를 지닌 프로 보디빌더 지망생이 된 것이다.
만만찮은 경비, 고독감이 가장 고통
단순히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보디빌딩에 대한 시각이다. 이런 사람들의 말에 김씨는 고개를 내젓는다. 김씨는 “보디빌더의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요. 가끔은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끝없이 이어진 가시밭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는 걸요.”라 말한다.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다는 뜻이다.
보디빌더가 한번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신청을 하면 그때부터는 굉장한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회 준비를 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인 것이 보디빌딩 대회이기 때문이다. 우승을 향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체계적인 운동과 적절한 휴식, 거기에 철저하게 계획된 식단으로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하루쯤 운동을 쉬고 싶어도 이를 악물고 덤벨을 들어야 하니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없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경제적인 부분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 보디빌더들은 운동을 하는 만큼 좀 더 나은 효과를 보기 위해 단백질 파우더나 글루타민과 같은 보충식품들을 섭취한다.
그런데 이 보충식품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20일 정도 섭취할 분량을 구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이 거의 30~40만원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닭 가슴살과 같은 단백질 식단을 마련하기 위해 드는 돈 또한 20만원을 넘어선다. 한달도 안 되는 기간을 위해 50~60만원의 돈을 쓰는 것은 학생 신분인 김씨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김씨는 대회를 준비하기 전 몇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회준비 비용을 마련하곤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김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독감’이다. 대회준비를 시작하면 친구들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오로지 집과 트레이닝 센터만을 오가며 운동에 매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로부터의 연락도 뜸해지고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된다고 한다.
현재 김씨는 5월 말에 개최될 예정인 ‘전국 대학생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휴학이 아닌 재학 중인 대학생들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이기에, 내년 초 졸업 예정인 김씨에게는 대학 시절 마지막 대회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김씨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대회준비에 여념이 없다. 운동 하나에만 구슬땀을 쏟기도 어려운데 학업까지 함께 챙기려니 쉽지가 않다. 그래도 김씨는 “작년에 전국 규모의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서 본선까지 진출했어요. 그때 경험했던 것들을 교훈삼아 지금은 좀 더 수월하게 대회준비를 하고 있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태극기를 달고 세계적인 프로 보디빌더들과 나란히 조각같은 몸매를 뽐내는 김씨의 모습을 그려보는 상상이 금방 현실로 다가올 것만 같은 기분좋은 느낌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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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트레이닝 센터 운영하고 싶어"
보디빌더를 다른 말로 ‘인체조각가’라 한다. 자신의 몸을 조각처럼 멋지게 만드는 예술가라는 뜻이다. 김자묵 씨도 이 말에 대해서 이견이 없다.
“맞는 말이죠. 인체조각가. 원체 고독하고 힘들긴 하지만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 그리고 대회에 출전해 무대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의 짜릿함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모르실 거예요.”라고 말한다.
김씨에게는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꿈이 있다. 훗날 일반 휘트니스 센터보다 운동 강도가 훨씬 강한 하드코어한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세계수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보디빌더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어려움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히 달려 나가는 김씨. 실패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포기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보디빌더. 자신감과 노력으로 단단하게 무장된 그의 모습이 든든해 보인다.
최은섭 대학생 기자 kojub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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