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장 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잡아타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작전이 실시되기 직전 자신이 갖고 있던 물량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컴퓨터가 있는 곳까지 급하게 가려고 했던 것. 불과 2년 전 개봉된 영화이지만 지금의 투자환경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느껴진다.
만약 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커피숍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태연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그 자리에서 주식을 팔아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주식투자의 풍속도가 확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더욱 편리하게 주식을 거래하고, 수수료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증권사들도 저마다 다양한 혜택과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스마트폰 거래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하다면 주식매매가 공짜
지난해 증권사들은 스마트폰 구입비 및 통신요금 지원 이벤트를 활발히 펼쳤다. 연말로 접어들면서는 주식매매 수수료 무료혜택으로 이벤트의 성격이 바뀌었다. 신규고객 확보 및 스마트폰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들의 이벤트 경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스마트폰 서비스와 관련해 가장 획기적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곳은 SK증권이다. SK증권은 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트레이딩 수수료를 3년간 면제해 주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오는 2월28일까지 신규 가입하는 1만 명이 대상이다.
박정석 SK증권 온라인전략팀 차장은 "개인당 월 10억원 한도 내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매매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며 "조만간 이벤트 활성화를 위한 경품증정 등 별도의 혜택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지난해까지 예정했던 스마트폰 주식매매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올 12월31일까지 1년간 연장했다. 이 무료이벤트는 미래에셋증권의 스마트폰 주식거래서비스인 M-Stock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국투자증권은 eFriend Smart+를 통해 월 100만원 이상 거래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올 연말까지 거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동양종금증권은 3월30일까지 신규로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에게 가입일로부터 6개월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신규 투자자에게 3개월간 무료 수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HTS 못지않은 스마트한 서비스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데 수수료 혜택만으론 부족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정보 및 서비스의 양과 질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증권사들이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버금가는 M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 환경을 구축해 보다 편리한 주식매매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증권 서비스를 넘어 뱅킹 기능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대우증권은 시세, 주문, 금융상품 등 65개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세 제공 속도는 HTS와 동일하며 주식 및 ELW 주문, 금융상품 매매, 이체서비스 등 HTS에서 구현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 역시 'mPOP-pro'를 통해 주식, 펀드, ELS청약, 선물옵션 거래, 해외주식 거래 등 모든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윈도우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MP트래블러', KT와 제휴해 제공하는 'KT show증권', 윈도우폰의 'mug PDA'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양종금증권은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안에 내장된 웹브라우저에서 'm.MyAsset.com'만 입력하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CMA고객들을 위한 각종 정보조회 서비스도 제공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굿아이스마트'를 통해서도 증권을 비롯한 다양한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증권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리서치센터와 투자컨설팅센터를 비롯한 1000여명의 영업직원들이 참여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주식 정보와 의견교환의 장을 마련한 것. 한화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역시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시황 및 리서치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하나대투증권의 'SmartHana'는 거래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다운받아 주식시장에 대한 주요 투자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스마트폰 주식거래 정말 많이 하나요?"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박상무(가명)씨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주식투자가 주요 업무인 박씨에게 스마트폰은 유용한 IT제품이다. 그가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한 언론사가 출시한 무료 주식정보제공 앱이다. 관심종목을 17개씩 10페이지에 걸쳐 지정해 주가 변동 및 기업 정보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매매하진 않는다.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HTS를 열어 놓고 일하는 박씨가 굳이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주식을 거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스마트폰 주식거래는 평소 회사에서 HTS를 사용할 수 없는 직장인이나 외부 활동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것 같다"며 "필요 시 언제든지 HTS를 사용할 수 있는 투자자가 굳이 스마트폰으로 거래할 이유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반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주식투자자 이성우(가명)씨 역시 박씨와 같은 생각이다. 이씨도 언제 어디서든 주식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한 적은 없다.
이씨는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마음껏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타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스마트폰 거래를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그는 "가입한 증권사의 온라인거래 수수료보다 스마트폰거래 수수료가 훨씬 비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씨가 거래하는 K증권사의 경우 온라인거래 수수료는 0.015%이지만, 스마트폰으로 거래하면 8배인 0.12%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즉,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받는 고객이 아니라면 스마트폰거래 수수료가 온라인거래보다 비쌀 수 있으므로 잘 따져봐야 한다.
반면 S증권사는 온라인거래와 스마트폰 거래 수수료를 동일하게 책정하고 있다. 다만 S증권사는 온라인거래 수수료가 '0.1482%+1500원(50만~1000만원 미만 거래)' 등으로 K사에 비해 전체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획기적인 스마트폰 관련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스마트폰 주식거래를 실제로 많이 활용할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서비스와 혜택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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