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 소장은 요즘 부모들의 육아와 교육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최고급에 집착해 이른바 '고소영 유모차'를 덜컥 사는 부모나 '○○초등학교가 좋다더라'라는 말만 믿고 이리저리 학군을 떠도는 등 교육과 육아마저 아무런 원칙 없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세태에 대한 지적이다.
자신 역시 고등학교 1학년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최 소장을 만나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한 방법을 들어봤다.
사진_류승희기자
◆ 부모의 잠재된 욕망, 자녀에게 전가돼
"아이의 문제는 대부분 부모에게서 시작됩니다. 부모의 뒤틀린 욕망이 아이에게 투영되기 때문이죠."
최 소장은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진 일화부터 전했다. 두 아이를 최고급으로만 키우다가 셋째 아이를 갖게 된 부부 이야기다. 이들은 최고급 유모차 구입은 물론 타고 다니던 자동차도 소음이 거의 없다는 최고급 외제차로 업그레이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외적인 조건만 중시한 나머지 아이의 인성 교육이나 아이의 내면에는 신경 쓰지 못했다.
"이미 장성한 두 자녀의 인성이 좋을 리가 없겠죠. 최고급으로만 키운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전혀 없었어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중하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는데만 급급한 결과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결핍을 가져다줍니다. 엄마의 욕망도 진짜 자신의 것인지 생각해봐야 해요. 자신의 내면이 아닌 사회의 창을 통해 비춰지는 타자화된 욕망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최 소장은 부모가 과시적인 욕구에 치중하기보다는 아이의 내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아이가 학교에 갔다 왔을 때 집에서 반겨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는 그럴 때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끼게 되죠."
최 소장은 장하준 미국 캠브리지대학 교수의 가정을 예로 들었다. 장 교수의 어머니인 최우숙 여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가 돌아올 무렵이면 집에 머물면서 아이들을 반겨줬다는 것이다. 간단한 실천은 장 교수를 비롯한 자녀들이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최 소장은 "만약 워킹맘일 경우엔 원칙을 정해서 집에 있을 때만이라도 아이에게 헌신적으로 대해야 한다"며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_류승희기자
◆ 교육 원칙은 인터넷 클릭으로 얻을 수 없다
최 소장은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과시적인 욕구가 분출되는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커뮤니티에 오가는 정보들로 인해 자녀교육도 패션처럼 트렌드가 되고 붐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인터넷 정보들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자녀교육의 정석처럼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단지 참고만 할 뿐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 소장은 인터넷 정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교육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자녀교육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수많은 정보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알게 되죠. 그러한 원칙은 인터넷 클릭만으로는 얻을 수 없습니다."
최 소장은 부모가 되는 것도 멘토나 코치가 되는 것처럼 그 분야를 꿰뚫고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녀교육의 원칙을 고전작품이나 위인의 교육방법 등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부모가 함께 하는 자녀교육
자녀교육에 있어서 '아버지의 부재'(Fatherless Society)라고도 일컬어지는 시대다. 그만큼 아버지는 돈을 버는데 급급한 나머지 자식 교육에까지 일일이 간섭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엄마의 교육열은 과잉일 정도로 뜨겁다.
"옛날 명문가의 경우 교육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이 컸습니다. 옛날 아버지는 생존의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을 주로 했죠. 지금도 이렇게 아버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퇴계 이황을 예로 들었다. 이황은 아버지와 아들에게 총 1300여통의 편지를 썼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진솔한 얘기가 오갔다. 최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은 자녀에게 편지를 10통 쓰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아버지가 나서서 자녀를 교육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저도 물론 그렇고요. 전 평소에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적은 만큼 방학 때는 시간을 들여 아이와 함께 도보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올해에도 9번째 도보여행을 계획 중이죠."
그렇다면 최 소장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인 최 소장의 아들은 요즘 새벽 6시30분에 학교에 갔다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야간자율학습 때문이다. 시험과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해 최 소장은 아내와 함께 홈스쿨링을 시킬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는 아이가 국내의 입시 교육에 적응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힘들다고 자꾸 피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아이가 정공법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스트레스가 많겠지만 어떻게 하면 좌절하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는지 도움을 주고 응원하려고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키워내는 게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아이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죠."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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