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과 안정성 균형 절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이는 것 중 하나가 운용방침과 수익률이다.
국민연금은 현행 시스템으론 2050~2060년쯤 기금이 고갈된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게 금융계 및 학계의 주장이다.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기가 9년 연장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다 효율적인 기금운용을 위해 획기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은 개개인의 노후를 맡긴 것이기 때문에 원금은 지키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기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이 정체에 빠지면 수익률을 올릴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일부 해외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도 "현재 국민연금은 너무 안정성에 치우쳐 있다"며 "안정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익성과의 안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서는 주식과 해외투자의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와 해외투자 수익률을 보면 보통 우려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 2008년 국내주식 연간 수익률은 -39%, 해외주식은 -58%에 그쳤고 2011년에도 각각 -10%, -6%에 머물렀다. 해외 대체투자도 2006년, 2008년, 2009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한편 김 교수는 국민연금이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그는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수익성 관점에서 관리해야지 적극적인 경영의사를 표하는 것은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며 "경영이 마음에 안 들면 손 털고 나오면 된다.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신탁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의사에 반대했을 때 동아제약의 주가는 하락했다. 반대로 여타 주주들이 찬성의견을 냈을 때는 오히려 주가가 반등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22개다.
10년째 논의만? 기금운용의 독립성
국민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금운용본부는 그동안 국민연금공단 CEO(최고경영자)인 이사장의 눈치를 보며 소신껏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아 정치적 중립성이 떨어지는 편이며 20명의 위원도 노동자단체, 시민단체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인실 교수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정치논란에 휘말리는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박근혜 당선인 진영의 핵심인사로 꼽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연금수급을 전담하는 국민연금공단과 완전히 분리돼 자산운용을 전담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로 구성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부에서 독립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기금운용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기금운용 및 의결권 행사에 있어 정부의 입김을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또 민간 금융투자 전문가 7명이 위원을 맡아 기금운용위원회가 자금증식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제시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전문성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지에 대해 10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해외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등 안정성과 전문적 운용이라는 전제 하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담 늘리고 혜택 줄여 지속성 높여야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담과 혜택 수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민연금의 자금운용 규모가 워낙 커 수익률 추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료율을 더 높이고 대신 자금운용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윤석명 센터장은 "380조원이 넘은 자금을 운용하면서 시장수익률 이상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며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고민해야겠지만, 수익률보다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고쳐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7년 보험료율을 12.5%까지 올리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 장기적으로 현 9%에서 13%까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낸 것보다 더 많이 받는 현재의 시스템을 낸 것보다 조금 더 받는 시스템으로 바꿔서 미래세대도 보험료를 낸 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실 교수는 "국민연금은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라며 "경로의존성 법칙에 따라 보험료율과 수령액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만 그래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율과 수령액 변화에 대해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북유럽국가처럼 자동으로 부담과 혜택을 조절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인 교수는 "북유럽국가에서는 연금을 수명, 경제활동인구 등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부담과 혜택을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해 성공했다"며 "우리나라도 정치적인 면을 완전 배제하고 평균수명 변화와 경제활동인구 변화율을 반영해 저절로 조절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