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보험’ 시장 전면개장…삼성·동부화재 “공격 앞으로”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대형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이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등 현재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인 반면, 경제가 발전하고 'G2'로까지 불리는 중국시장은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또한 지금까지 중국감독당국의 각종 규제로 외자계 보험사의 진출이 어려웠으나, 그 빗장이 풀리면서 진출 여건이 나아진 것도 한몫했다.
◆'책임보험' 빗장 풀린 중국을 잡아라
최근 손보업계에서 중국진출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다.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두 손보사는 중국 내 자동차 보유규모가 늘어나고 자동차보험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중국시장 진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삼성화재는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자동차책임보험 판매인가를 획득했다. 지난 2012년 5월 중국 보감위가 외자계 보험사에게 자동차책임보험시장을 전면 개방한 데 따른 것이다. 이전까지는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자동차 강제보험을 판매하지 못했다. 강제보험이란 한국의 책임보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한다.
규제가 완화된 중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은 자동차 등록이 증가하면서 시장규모가 큰폭으로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중국의 손해보험시장은 지난 2011년 기준 84조원이었다.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4%씩 성장해 267조원 규모로 아시아 1위, 세계 2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중 자동차보험시장은 같은 기간 기준 62조원 규모로 전체 손보시장의 74%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내 차량등록대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으로 지난 2011년 신차 판매대수는 185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한국의 전체 차량등록대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신차 판매대수가 증가하면서 오는 2020년에는 2억4000만대의 자동차가 등록될 것으로 추산되며 자동차보험시장은 19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과 관련한 모든 허가를 받은 삼성화재는 5월7일 중국 상하이에서 직판형 자동차보험인 '삼성직소차험'(三星直銷車險) 런칭행사를 개최하고 상하이와 쑤저우에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삼성직소차험은 국내 인터넷 완결형 자동차보험인 '애니카 다이렉트' 사업모델을 중국 현지실정에 맞춰 구축한 것"이라며 "중국 내 직판채널도 2020년에는 20~30%까지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가 직접적인 영업방식으로 중국시장을 넘보는 것과 달리 동부화재는 지분인수를 통한 합작법인 형태로 시장에 진출한다.
동부화재는 중국 보험사인 안청손해보험사의 지분 15.01%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4월25일 김정남 사장은 안청손해보험사 화유생 이사장과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동부화재가 중국진출 파트너로 안청손해보험사를 선택한 이유는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충칭시에 설립된 안청손해보험사는 중국 서부지역의 최초 보험사다. 현재 충칭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14개 성에 거점을 두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몇년간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방향을 검토했다. 그 결과 중국시장은 높은 진입장벽과 제약 등으로 외국보험사의 성장과 수익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지분투자를 통한 시장진출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이와 관련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적인 보험사들이 모두 진출한 곳이지만 실제 시장점유율은 1%밖에 안된다"며 "현지 네트워크나 비즈니스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다지지 않고 들어갔다간 제대로 뛰어볼 기회도 못잡고 주저 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의 말처럼 현재 중국시장에는 총 10개국, 20개의 외국보험사가 진출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손보시장 70조원의 1.1%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한편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외에도 현대해상은 지난 2007년 3월 중국 베이징에 'Hyundai Insurance China'를 설립했다. LIG손해보험도 2009년 11월 난징에 'LIG Insurance China'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포화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주요 손보사들이 중국 등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국내 손보사의 해외점포는 64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전년 동기 770만달러 순익보다 1410만달러나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실적 급락은 2011년 하반기에 발생한 태국 홍수와 뉴질랜드 지진 관련 보험금 지급이 2012년에도 이어져 코리안리 싱가포르지점이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리안리 싱가포르지점의 실적을 제외하더라도 당기순이익은 840만달러로 전년 동기 1100만달러와 비교해 260만달러(23.7%) 하락했다.
국내 손보사가 해외로 나가 인상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금감원은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금융감독당국 초청 및 세미나 개최 정례화,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해 당국간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손보사가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투명성 제고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손보사로 하여금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투자를 추진하도록 하고 과감한 인수·합병(M&A) 추진 등 현지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높은 인구와 경제 발전 등으로 인해 중국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현지화 전략 등 중국인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쉽게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