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에어아시아 홈페이지를 통해 3개월 뒤 출발하는 인천-쿠알라룸푸르 구간 왕복항공원을 예약하고 73만263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하지만 며칠 뒤 개인사정으로 항공사에 취소를 요구하자 예약이 확정되고 결제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 B씨는 피치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한달 뒤 출발하는 인천-오사카 구간 왕복항공권을 구입하고 28만2000원을 카드로 결제했으나 개인사정으로 6일 뒤 취소를 통보했다. B씨는 적정위약금을 제외한 환불을 요구했지만 전액 환불 불가라는 답변을 들었다.


외국계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약관조항을 빌미삼아 항공권 환불 불가라는 잣대를 들이대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항공사 관련 소비자불만 상담건수는 2011년 2353건에서 2012년 2931건으로 증가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외국계 LCC인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의 모든 항공권 환불 불가 규정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서 약관조항이 무효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국적 LCC에 대해서는 환불 불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외국계 LCC 환불 불가는 '철퇴'


최근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은 모든 항공권에 대해 자사 약관조항을 적용하며 요금 및 부가서비스 환불 불가를 내세우다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에 대해 각각 시정권고와 자진시정 조치를 내렸다.

에어아시아는 11개 등급의 정기적인 할인항공권과 2개 등급의 특가항공권을 0원부터 74만3115원까지 판매하면서 모든 항공권을 대상으로 공항세를 제외한 전체 금액에 대해 환불 불가를 시행해왔다.

피치항공도 11개 등급으로 이뤄진 해피피치 항공권(5만9800∼25만9800원)과 해피피치플러스 항공권(9만5600∼27만5500원), 2개 등급의 특가항공권을 판매하면서 모두 공항세를 제외한 전체 금액에 대해 환불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로 인해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은 항공권 취소수수료 부과로 인한 환불 불가 관행이 과중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공정위는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의 모든 항공권에 대한 환불 불가 약관조항은 고객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못을 박았다(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 이와 함께 공정위는 ▲항공권의 등급·가격·서비스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 적용 ▲항공권 취소불가를 예정하는 성격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이 원칙적으로 환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약관조항 무효의 이유로 꼽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은 경쟁촉진효과, 소비자혜택 및 그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 환불 불가로 인한 소비자의 직접적 피해를 충분히 상쇄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객 수요에 따른 재판매가 가능할 때 취소할 경우 환불 불가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국적 LCC 환불 불가는 '방치?'

국적 LCC 역시 약관조항을 앞세우며 환불 불가 및 과도한 취소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제주항공은 중국 칭다오 노선 취항 1주년을 기념해 출발일 기 8월31일까지 인천-칭다오 노선 편도항공권을 12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항공권은 취소를 요청해도 유류할증료 및 공항세를 제외한 금액은 환불이 되지 않는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에서 판매하는 특가항공권도 마찬가지다. 티웨이항공은 김포-제주 노선 특가항공권(6월17일 출발)을 3만4900원에, 이스타항공은 인천-오사카 노선 특가항공권(6월16일 출발)을 5만2000원에 판매했다. 역시 환불이 불가능한 항공권이다.

그렇다면 앞서 공정위가 밝힌 특가항공권 구입 후 일주일 이내, 출발 10일 전에 취소하면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특가항공권은 대체로 관행상 인터넷으로만 판매된다. 여행사나 전화로는 팔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공정위는 특가항공권 취소수수료에 대한 시정조치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에 준용키로 했다.

예컨대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한 특가항공권을 일반온라인 구매상품과 동일시하면서 결제 후 일주일 이내, 출발 10일 전에 수수료 없이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기반으로 외국계 LCC에게는 철퇴를 가했으면서 국적 LCC들이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특가항공권 환불 불가 실태에 대해서는 명쾌한 잣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특가항공권 취소수수료 규제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에 준용키로 한 것을 두고 공염불이란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은 모든 항공권에 대해 환불 불가 약관조항을 적용해서 제재를 한 것"이라며 "특가항공권만 환불 불가를 규정한 국적 LCC와 똑같이 볼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국적 LCC 특가항공권 구매시 환불 불가 내용을 확인한 뒤 결제하게 된다"며 "이 같은 체계를 거치는 것은 환불 불가 조건에 승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적 LCC "환불해주면 항공사 손해"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부분의 국적 LCC들도 특가항공권의 환불이 가능해지면 예매 취소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가항공권을 판매할 경우 단순 변심에 의한 예매 취소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무조건 환불해주는 것은 결국 항공사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

한 국적 LCC 관계자는 "특가항공권으로 미리 판매하면 출발 날짜에 임박했을 때 소요되는 프로모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고객들도 싼 가격에 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매 취소상황이 발생하면 나중에 해당좌석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곤란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적 LCC 관계자는 "일부 특가항공권만 환불이 불가능할 뿐 상시적으로 운용하는 할인항공권들은 환불이 가능하다"며 "항공기 이용 날짜를 정확히 확정짓고 이를 토대로 항공권을 구매한다면 환불 불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