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7월12일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KB금융 새 수장인 임영록 호의 닻이 올랐다. 금융관료 출신인 그는 KB금융의 외형보다는 내실경영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처럼 금융환경이 불안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잠재한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확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한 것.
그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겠다"면서 "KB금융이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는 소매금융이다. 고객서비스 역량과 영업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회장은 또 "앞으로 모든 제도와 프로세스는 고객과 현장중심으로 바꿔 나가겠다"면서 "RM제도(기업금융)나 시장경쟁력,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채널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을 뚫기 위한 밑그림도 새롭게 스케치하고 있다. 임 회장은 "해외사업의 경우 진출지역에 대한 비즈니스 환경을 재점검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면서 "성장이 정체된 국내 금융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신중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슬림화 임영록式 파격인사 단행
임 회장은 자상하고 매너가 좋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8월 KB금융 부사장인 '넘버2' 자리에 있는 3년여 기간 동안 외부활동보다는 내부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KB금융 회장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자기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파격 행보의 시초는 임 회장이 7월18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시행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다. 주요 계열사 CEO들이 임영록 호에 맞춰 대부분 물갈이 됐다.
KB국민은행장에 이건호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이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이 행장이 추천된지 하루만인 19일 임시주총을 열고 그를 차기 행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이 행장은 그동안 거론된 유력 후보군 10여명 가운데 심층적인 개별면접을 거쳐 KB국민은행의 침체된 조직문화를 개혁하고 2001년 국민·주택 합병 이후 지속된 채널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임 회장은 이 후보가 국민은행의 최대 과제인 성장성 정체, 수익성 하락, 건전성 회복 지연 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조직문화를 주도적으로 쇄신할 인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KB국민카드 사장에 오른 심재오 고객만족그룹 부행장도 마찬가지다. KB국민카드 역시 이날 심 부행장이 사장 후보로 오른지 하루만에 임시주총을 열고 그를 공식 선임했다. 심 사장은 은행에서 투신상품팀장, PB사업부장, 고객만족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은행과 카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았다.
김진홍 전 국민은행 본부장은 KB생명 사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김 사장 후보는 국민은행에서 오랫동안 쌓은 풍부한 리테일 영업을 바탕으로 경쟁이 치열한 국내 생보시장에서 KB생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인정받았다.
이밖에 KB투자증권 사장 후보에 정회동 아이엠투자증권 대표이사가, KB자산운용 사장에는 이희권 현 KB자산운용 부사장이, KB부동산신탁 사장에는 박인병 현 KB신용정보 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아울러 KB신용정보 사장에는 장유환 전 서울신용평가정보 사장이 추천됐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계열사 사장이 대거 물갈이된 것은 이례적인 일" 이라며 "임영록 회장이 어윤대 전 회장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만의 조직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고 평했다.
임 회장의 파격행보는 지난 7월17일 단행한 주요 임원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임 회장은 부사장 6자리(전략, 재무, 홍보, 정보관리, 준법감시, 경영연구소)를 3자리로 축소했다. 그동안 효율성을 강조한 만큼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임 부사장에 윤웅원 KB국민은행 재무관리본부장과 김용수 전 카이스트 초빙교수를 선임했다. 유임된 이민호 준법감시인(CCO) 부사장을 포함해 KB금융 부사장은 3명으로 줄어들었다.
홍보라인 수장을 맡게 된 김 부사장은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깜짝인사다. 그는 경영학석사(MBA)와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카이스트 초빙교수와 대우증권 전무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전문성과 현장성, 홍보기법을 다양하게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임영록 회장 과제는?
KB금융이 임영록 회장 체제에 맞춰 내부조직 구성을 완료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내부조직 추스리기다.
논란의 화두는 이건호 행장 후보자가 꼽힌다. KB국민은행 노조는 당초 은행권 경험이 부족한 외부인사를 새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이 행장 후보는 1959년생으로 고려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후 2011년 국민은행에서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은행 근무 경험은 조흥은행과 KB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 부행장을 거쳤지만 실무 경험으로 보면 1999년~2003년까지 조흥은행에서 근무한 4년 경력이 전부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임 회장이 내부 인사 중용이라는 약속을 어겼다"며 "강경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인수와 리딩뱅크 재탈환도 그의 과제로 꼽힌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보다는 비은행권 계열사를 중심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임 회장은 "우리은행을 인수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300조원짜리 덩치를 인수하면 움직이지 못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시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금융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창출과 리딩뱅크 재탈환도 그가 조속히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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