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한재호 기자

영향 제한적… 동양그룹 회사채·CP 투자 개인은 손실 가능성 커

설마 했던 동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며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던 동양그룹은 결국 30일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3사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추석연휴 이후 동양그룹 고위관계자들은 마라톤회의를 벌이며 밤샘근무를 하고 있고, 현재현 회장은 돈이나 담보 등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등의 모습을 보였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지난 25일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양의 제269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옵션부사채 발행 철회가 결정되며 커졌던 불안감이 현실화된 상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 중 하나였던 동양이 무너지게 된다면 사회와 업계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점차 높아지는 동양그룹의 재무리스크로 인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 은행·증권, 영향 적을 듯

우선 동양그룹 건으로 인해 증권과 은행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채무의 대부분이 회사채와 기업어음이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KISLINE 기준으로 익스포저(특정 금융회사와 연계된 금액)는 총 6000억원 이내로 우리금융이 840억원 미만, 신한은행이 200억원, 하나은행이 100억원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상호금융이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만약 문제가 생기면 이들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서민들의 자금줄이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겠지만, 계열회사인 동양증권만은 여파를 피해가기 힘들다. 우량한 중견증권사지만 뱅크런 현상이 지속되면 동양증권뿐 아니라 증권업계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당국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동양증권 뱅크런 진화에 적극 나섰다. 지난 9월25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동양증권, 동양자산운용, 동양생명 고객의 자산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면서 "고객자산 중 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에, 현금은 한국증권금융에 각각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금융투자협회도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이정수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서비스본부장은 "투자자의 예탁금은 별도예치제도와 예금보험제도를 통해 이중으로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CMA와 동양증권을 통해 매매한 증권도 보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인지 26일에는 뱅크런이 잦아든 모습을 보였다.
 
◆ 채권시장 영향 제한적…개인투자자는 피해 우려

채권시장의 영향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들어 회사채 발행시장은 AA등급의 우량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며 정상화 기조를 띠고 있다.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와 투자수요가 지속되고 이로 인해 발행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동양그룹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우호적인 청약경쟁률을 보여 왔다. 지난 2010년 이후 모든 회사채의 경쟁률이 100%를 상회한 것이다. 그러나 잘 나가던 동양그룹 회사채는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 회사채 중 비교적 거래가 활발한 편인 256·257·258회 채권은 지난달 23일부터 가격이 추락하기 시작해 25일 액면금액(1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만기를 겨우 6일 남겨놓고 개인투자자들이 반값으로 회사채를 던진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동양 회사채를 손절매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장내매도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고유계정으로 계열사 증권을 보유할 수 없는 자본시장법 규정 때문에 동양증권 창구에서 투자를 권유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설사 외면받지 않더라도 그룹은 10월 이후부터 회사채를 통한 자금 모집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0월부터 증권사에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부적격 등급인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의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펀드나 투자일임, 신탁 등의 고객재산에 투자부적격 등급인 계열사의 회사채, CP 등을 편입하는 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동양그룹의 회사채를 인수한 기관은 동양증권과 IBK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 3곳이다. 특히 동양증권을 통한 판매가 많았다.

동양그룹이 개인투자자의 손해와 불완전 판매 이슈에 따른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사의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을 이용한 자금 모집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동양증권이 강력한 리테일망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제는 동양그룹 회사채의 50% 이상을 팔아왔던 동양증권의 판매망을 쓰지 못하게 됨으로써 차환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동양그룹에는 악재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회사채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양그룹의 재무리스크 이슈가 회사채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상당수의 회사채가 리테일 판매로 이뤄졌고 신용등급도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하향조정되면서 현 상황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동양그룹을 비롯한 재무리스크 우려가 존재하는 회사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등급 양극화 현상이 보다 고착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양그룹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동양그룹 회사채와 C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다. 이들은 동양증권에 예탁금을 맡긴 사람들과는 달리 회사가 파산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손실이 확정된다. CP나 회사채는 모두 담보가 없고 은행 담보대출 등에서도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동양레저나 동양인터내셔널 등 법정관리 이후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계열사에 투자한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CMA 자산의 경우 100% 안전하지만, 신탁계정을 보유한 개인고객 중 신탁자산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자산이 포함돼 있는 경우에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